[스포츠Q 민기홍 기자] ‘곰의 몰락’이다.
두산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 LG전에서 2-15로 완패하며 잔여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한지붕 라이벌 LG를 상대로 당한 탈락 통보였기에 더욱 쓰라렸다.
경기를 매듭지은 투수가 지난 시즌까지 두산 투수진을 이끌었던 김선우라는 점, 유네스키 마야가 중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매너에서마저 졌다는 평을 받아 더욱 굴욕적인 날이었다.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화끈한 야구로 넥센과 LG를 물리쳤던 팀.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도 최강 삼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미라클의 상징’ 두산은 어쩌다 1년만에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송일수 감독은 내부 인사다. 지난 시즌 2군 감독을 맡았던 그는 전임 김진욱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되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취임사에서 김성근식 야구를 펼치겠다던 그의 포부는 ‘지나친 번트 야구’일 뿐이었다. 지난해 팀 타율 1위에 올랐던 선수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번트 사인만 냈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 리그에서 가장 적은 희생번트를 대고도 SK와 팀 득점 1위를 다투던 팀은 희생번트 2위팀으로 변모했지만 득점력은 6위로 곤두박질쳤다. 달아오를 법하면 나오는 번트 사인에 방망이의 맥이 끊겨버렸다.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을 제외하고는 선발진이 붕괴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임 정명원 투수코치가 애써 일궈놓았던 높은 마운드는 1년만에 무너져버렸다. 지난 2년간 리그에서 손꼽히던 선발투수로 성장했던 노경은은 14패(3승), 평균자책점 9.20의 ‘배팅볼 투수’로 전락했다.
니퍼트의 짐을 덜어주기를 바랐던 크리스 볼스테드와 마야는 제몫을 하지 못했다. 12승을 거두긴 했지만 유희관은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던 6~7월에 부진했다. 사실상 니퍼트 홀로 선발로서 고군분투했으니 4강을 바란 건 애초에 무리였다.
‘화수분 야구’를 지나치게 믿은 점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을 모두 놓쳤음에도 두꺼운 선수층이 있다며 걱정하지 않았다. 정수빈, 김재호, 오재일 등으로 ‘보이는’ 공백은 메웠지만 팀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위기를 맞으니 팀 전체가 흔들렸다.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른 ‘두목곰’ 김동주는 끝내 외면했다. 어려운 시기마다 후배들을 다독여주던 야수조의 임재철, 투수조의 김선우는 이웃집으로 건너갔다. 파이팅 넘치는 홍성흔이 있다고는 하지만 흔들리는 팀을 홀로 건져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부터 왕조를 구축한 SK, 2011년부터 독주 체제를 갖춘 삼성이 유달리 두려워하던 팀이었다. 3년만에 추운 가을을 맞게 됐지만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
몰락한 곰은 2015 시즌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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