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세돌(33) 9단이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했다. 퍼펙트 피날레다.
본래도 국수(國手)로 이름을 떨쳤던 이세돌은 2016년을 기점으로 국민적 스타로 재탄생했다. 이전 같았다면 바둑팬이나 관심을 기울였을 이세돌 우승 소식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알파고 이후로는 이세돌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다.
일단 바둑이 그 덕분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1월 대세 배우 박보검이 연기한 tvN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을 발판 삼아 열풍 조짐을 보인 바둑은 3월 9일부터 일주일간 개최된 이세돌 대 인공지능(AI) 알파고간의 5차례 대국으로 정점을 찍었다.
가히 신드롬이었다. 이세돌 덕분에 우상귀, 집, 불계승, 포석 등 낯선 바둑용어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던 알파고를 4국에서 잡은 날은 국내외 언론이 전부 그의 승부사 기질에 찬사를 보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둑에 대한 국민의식 및 교육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2명 이상이 자녀에게 향후 바둑을 가르칠 의향을 보였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바둑부와 바둑학원 등록을 원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라면부터 생수, 비타민 등 이세돌을 향한 CF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연예인들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세돌 특유의 얇은 목소리를 따라했고 인터넷 커뮤니티는 알파고 패러디물로 도배가 됐다. 이세돌의 ‘딸바보’ 면모도 조명됐다.
이세돌은 들뜰 법한 가운데서도 기량을 유지했다. 5월 맥심커피배 우승, 12월 KBS배 바둑왕전 우승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1월 명인전까지 우승 3회다. 내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29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한국을 대표해 나선다.
국수에서 국민기사로,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세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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