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흐지부지한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부활한 마린보이 박태환(28)이 은퇴 시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이전 은퇴를 할 일은 없다”는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단순하게 나가 흐지부지하게 끝내는 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은 23일 인천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 장면을 공개한 뒤 취재진과 만났다. 동그란 검은 안경테, 검은 후드집업, 검은 어그부츠를 착용한 그는 활짝 웃으며 인터뷰실에 들어서 “새해가 밝았는데 좋은 소식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 또한 좋은 소식만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태환은 “남은 수영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은퇴 시점이) 언제다 말씀드리긴 힘들다”면서도 “올해 세계선수권, 내년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마감하지 않을 거다. 내년 아시안게임이 세계선수권보다 더 중요하다.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임하고 싶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때보다 더 빛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발각돼 국제수영연맹(FNA)으로부터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대표선수 자격 규정(도핑 양성반응 등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3년 동안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으로 인해 가까스로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그는 결국 전 종목 예선 탈락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세계 수영계에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전성기를 보내는 경우는 전무하다. 모두가 박태환이 끝났다 여겼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400m에서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기록(3분43초49)에 0.19초 뒤진 3분43초68로 정상에 오르더니 11월 아시아선수권 자유형 4관왕(100m·200m·400m·1500m), 12월 캐나다 윈저 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3관왕(200m·400m·1500m)으로 기세를 타고 있다.
당장의 목표는 오는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박태환은 “올해는 세계선수권이 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 새해가 밝아 훈련을 시작했고 준비하고 있다”며 “작년 한 해는 안 좋은 일, 힘든 일이 있었다. 마무리가 좋아 각오를 다지는 데 계기가 됐다. 올해도 마음이 가볍다. 연말까지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어떤 종목이든 좋은 피날레가 됐으면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칭하며 웃은 박태환은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 “200m 우승도 하고 싶지만 400m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상징적인 종목이다. 리우에서의 부진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종목이라 그만큼 더 꿈을 갖고 있다”며 “쑨양에 대한 질문을 빠지지 않고 듣는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400m에 대한 욕심은 기록이다. 기록만 잘 나오면 금, 은, 동은 그에 맞춰 온다. 좋은 경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원대하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개인 최고기록 3분41초53과 파울 비더만(독일, 2009)의 세계기록 3분40초07를 향해 물살을 젓는다. 박태환은 “2010년이다. 어느덧 7년이다. 전국체전에서 좋은 기록이 나왔다. 마무리 시점에서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세계선수권이든 아시안게임이든 2년 안 내 기록 넘어서고 싶다. 세계신기록도 늘 꿈꿔왔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최고 기록 넘어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구체적인 일정도 세계선수권에서 어떤 종목에 나가야 될지도 계속 고민 중이다. 다만 ‘수영의 마라톤’인 1500m는 다소 부담을 느껴 출전을 망설이고 있다. 박태환은 “호주든 미국이든 시즌 대회가 있을 거다. 기회가 되면 테스트해볼 것”이라며 “국대 선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이후부터는 데이터가 나오면 기간을 맞추려 한다. 종점은 세계선수권이다. 그 과정 속에서 기록보다는 어떻게 퍼포먼스를 내느냐에 포인트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다음달 중순 해외로 떠나 훈련을 이어간다.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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