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전북 현대, K리그 역대 최고 사령탑과 새 시대 만든다."
지난 24일 전북은 거스 포옛(57·우루과이) 감독 선임 소식을 알리는 자료에서 ‘역대 최고’라는 표현을 썼다. 수식어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경력이 화려하다.
전북 제9대 감독으로 부임한 포옛은 영국 수도 런던을 연고로 하는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현역 시절을 보냈다. 지도자로는 잉글랜드, 그리스, 스페인, 중국, 프랑스, 칠레 등 여러 리그와 클럽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했다. 지난 여름에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홍명보 현 감독과 경합하기도 했다.
전북은 포옛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내년 시즌 K리그 1·2 26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사령탑을 앉혔다. 구단 역사를 돌아보면 3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앞서 2019년과 2020년 주제 모라이스(포르투갈), 지난해와 올해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가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모라이스는 경기력에 호불호가 있었으나 2020년 전북 최초 한 시즌 더블(2관왕)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냈다. 반면, 페트레스쿠는 과정과 결과 모두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후 5경기 만에 사실상 경질되면서 구단 최초 승강 플레이오프(PO) 추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올해 K리그1 10위에 그쳤던 전북은 위기의 팀을 구할 적임자로 포옛을 낙점했다. 십수년간 지도자로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쌓은 역경의 경험과 노하우, 유연한 전술과 뛰어난 통찰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페트레스쿠 감독을 거치면서 위닝 멘탈리티가 사라진 전북 선수단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포옛 사단도 눈길을 끈다. 마우리시오 타리코(아르헨티나) 수석코치는 포옛이 처음 감독을 맡았던 2009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잉글랜드 3→2부) 시절부터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불가리스 파나요티스(그리스) 피지컬 코치, 디에고 포옛(우루과이) 분석코치도 한국 땅을 밟는다. 3명의 코치와 함께 K리그에 입성하는 건 모라이스(2→1명), 페트레스쿠(2명) 감독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또한 전북은 K리그 경험이 부족한 포옛 사단의 약점을 보완하고, 선수단과의 원활한 가교 역할을 위해 정조국 코치와 황희훈 골키퍼코치를 영입했다. 국내·외 코치 간의 시너지로 명가 부활에 나설 계획이다.
이도현 전북 단장은 "국내·외 훌륭한 감독 후보가 많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팀의 현재 상황과 중장기적인 관점을 모두 고려했다"며 "구단의 비전과 철학에 대한 높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한 선임 기준이었다. 포옛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 팀을 대하는 열정에 깊은 인상과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포옛 감독은 "K리그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수,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며 "축구는 소통과 신뢰가 전술, 전략보다 앞설 수 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신뢰받아 전북이 K리그 최고의 팀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옛 감독은 이번 주말 국내에 입국해 클럽하우스를 점검하고 오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북은 새해 1월 2일 태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약 한 달간 태국 후아힌과 방콕에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K리그1 최다 9회 우승에 빛나는 전북이 2025년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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