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황재균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이뤄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년 최대 310만 달러(36억 원)의 스플릿 계약이다.
황재균의 메이저리그행은이대호를 떠올리게 한다. 이대호는 지난해 2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이대호는 빅리그 입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처지였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 개막 25인 로스터에 합류했다.
힘겨웠지만 이대호는 해냈고 이제는 황재균의 차례다. ‘이대호 시즌2’다.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도전기에서 황재균이 배워야 할 점과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시범경기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는 황재균의 첫 과제다. 짧은 기간이지만 개막 전까지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국프로야구(KBO)에서 황재균의 시범경기 타율은 0.232(293타수 68안타). 정규시즌 통산 타율 0.286과 큰 차이다. ‘슬로 스타터’인 셈이다. 문제는 황재균의 가치를 알고 충분히 기회를 줬던 KBO와 메이저리그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급격한 반등을 이뤄낸 최근 3년간에는 시범경기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는 점이다. 무려 0.343(99타수 39안타)의 고타율이다.
이대호는 과거 한 방송에서 “야구만 잘하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력이 입증되면 구단에서 나머지는 다 알아서 맞춰준다는 것. 이대호는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빅리그 3번째 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기죽지 않는 태도는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다.
이대호와 비교했을 때 강점도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노크했다. ‘무응찰’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이후 꾸준히 영어와 문화 등을 학습했다. 꿈의 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적응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대호는 지난해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기용됐다. 적은 기회 탓인지 좌투수 상대 타율(0.261)에 비해 우투수를 상대할 때 성적(0.244)이 더 좋지 않았다. 하지만 황재균은 지난해 오히려 우투수에게 더 강했다. 타율 0.338. 좌투수 상대 성적은 0.311였다. 우투수를 상대로도 준수한 성적을 낸다면 ‘반쪽짜리 타자’라는 편견 없이 메이저리그가 황재균을 평가할 것이다.
빠른 발과 수비력 또한 황재균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이대호는 장타를 날리고도 2루로 내달리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황재균은 지난해 20-20(27홈런-25도루)을 달성했을 정도로 빠른 발을 가졌다.
또, 이대호의 수비 실력은 당초 전망보다는 준수했지만 시애틀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 황재균은 2루수까지도 소화할 수 있고 어깨도 강하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부터 확실한 1루 자원인 아담 린드가 있었던 이대호와 비교해 샌프란시스코가 풀타임 주전이 가능한 3루수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도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을 기대케 하는 부분이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신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보여줘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며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제2의 이대호를 넘어 또 다른 강정호가 되려는 메이저리그 내야수 황재균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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