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이 결국 사과했다. 지난 22일 V리그 올스타전에서 ‘최순실 패러디’로 일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김희진과 그의 소속 구단 화성 IBK기업은행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김희진은 올스타전 도중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걸치고 태블릿 PC를 손에 들며 유유히 코트를 거닐었다. 김희진의 태연한 세리머니에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사실 김희진의 이 세리머니는 선수 본인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KOVO 관계자가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김희진의 세리머니를 문제 삼으며 IBK기업은행 구단 홈페이지와 김희진의 인스타그램에 악성 댓글을 남겼다.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세리머니가 일부 팬들에 의해 정치적인 논란으로 비화된 것. 이에 배구연맹이 IBK기업은행 구단과 김희진에 사과했고,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번에 배구연맹이 사과한 사례처럼 과거에도 스포츠 경기 도중 정치적인 논란이 일었던 세리머니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박종우는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 안을 달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물론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기에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았겠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일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
이후 FIFA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박종우는 한동안 동메달 수여가 보류됐다가 가까스로 되찾는 해프닝을 겪었다. FIFA는 박종우에게 2경기 정지 및 벌금 3500 스위스프랑(410만원)을 부과했다.
최순실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배구연맹이 사과한 가운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한 마라토너가 평화 시위를 지지하는 반정부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 페이사 릴레사는 지난해 8월 21일 남자 마라톤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에 도달하며 두 팔을 엇갈려 ‘X’자를 그렸다.
이는 에티오피아 정부를 향한 비판 메시지를 담은 행동이었다. 릴레사는 시상식에서도 다시금 X자를 그려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X자 표시를 했다. 난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릴레사의 소신은 뚜렷했지만 이 역시 IOC의 규정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IOC는 ‘올림픽 개최지와 경기장, 이외의 모든 지역에선 IOC의 허가를 받지 않은 광고행위나 정치, 종교, 인종에 관한 시위는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근거로 릴레사의 메달을 박탈하려 했지만 고심 끝에 경고 처분만 내리기로 결정했다.
배구연맹이 사과하면서 일단락된 사례처럼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킨 세리머니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계속 발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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