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WBC(월드베이볼클래식)는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야구대회다. 그런데 야구 종주국 미국이 정작 3회 대회까지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2회인 2009년 준결승에 진출해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야구 최강국을 자부하는 미국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워낙 ‘귀하신 몸’들이 모인 탓에 조직력이 약해서, MLB 정규시즌 개막일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서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네덜란드에도 메이저리거는 많다. 이번엔 ‘오로지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미국이다.
타선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면면이 화려하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로키스), 대니얼 머피(워싱턴 내셔널스), 앤드루 맥커친(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MLB를 즐기는 팬들이라면 알 만한 슈퍼스타들이 즐비하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빠졌고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부상으로 불참해 아쉬움은 남지만 투수진이 결코 약하진 않다. 태너 로크(워싱턴 내셔널스), 대니 더피(캔자스시티 로열스), 크리스 아처(탬파베이 레이스),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각 팀 붙박이 선발이 엔트리에 포함됐다.
앤드루 밀러(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이클 기븐스(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축을 이룰 불펜도 최상급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노장 짐 릴랜드 감독이 어떻게 마운드를 운용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벤치의 역량에 따라 흐름이 좌우되는 단기전이다. 지난 대회서 약점으로 지적된 세밀함을 다듬어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1라운드 도미니카 공화국 전은 미국의 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WBC 파워랭킹에서 미국을 도미니카 공화국 다음인 2위로 뒀다. 도미니카에는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 애드리안 벨트레(텍사스 레인저스),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델린 베탄시스(뉴욕 양키스), 쥬리스 파밀리아(뉴욕 메츠) 등이 포진해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외에 콜롬비아, 캐나다가 미국과 함께 C조에 묶였다. 콜롬비아야 전력이 한참 떨어지지만 MLB 연고지(토론토)를 보유한 ‘복병’ 캐나다에 덜미를 잡히기라도 하면 또 WBC의 들러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미국은 새달 11일 콜롬비아, 12일 도미니카 공화국, 13일 캐나다와 1~3차전을 갖는다.
지난 3회의 WBC에서 미국이 미끄러진 건 약해서가 아니었다. 스타의식에 젖어 팽팽한 승부를 견딜 집중력이 부족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우승은 없다. 미국이 결승전이 거행될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엔 야구 종주국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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