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오늘은 두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20)의 승리 소감이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 번에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날려버렸다.
최원태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최원태의 호투 속 팀은 13-2로 대승을 거뒀고 최원태도 시즌 첫 승(1패)을 거뒀다.
◆ 승부의 관건, 적극성이 살린 최고의 피칭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고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안타도 단 3개만 내줬다. 김인태에게 내준 한 방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만큼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이었다.
경기 초반이 관건이었다. 최원태는 지난해에도 1회 피안타율은 0.571, 2회에는 0.600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은 1회말 선두타자 민병헌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오재원, 닉 에반스를 1루 뜬공,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3,4회에도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이어갔다.
7회까지 던진 공은 88구에 불과했다. 빠른 공 승부가 주효했다. 절반을 훌쩍 넘는 55구를 속구로 던졌다. 적절히 배합한 체인지업(26구), 커브(7구)는 속구의 위력을 더욱 키웠다.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최원태의 시속 140㎞ 중후반대 속구에 꼼짝 없이 당했다. 탈삼진 5개 중 4개가 속구에 의한 것이었다. 2개는 헛스윙 삼진, 2개는 루킹 삼진이었다. 공의 위력과 로케이션이 모두 뛰어났다.
최원태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특히 속구가 잘 들어갔고 생각보다 좋았다. 속구 위주 피칭을 한 것이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밝혔다.
최원태는 “작년에 타선 지원을 많이 받고도 강판된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 7이닝을 소화했는데 편안했다. 강판되면 잠도 잘 못 자곤 했는데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프로 들어와 가장 만족스러운 투구였다”고 덧붙였다.
◆ 믿음에 보답한 투구, 제2의 신재영의 향기가 난다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의 부진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장정석 감독에게 최원태의 이날 투구는 희망을 품기에 부족함이 없는 투구였다.
최원태는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실점,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당시 1회에만 2홈런 포함, 4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2회에도 1실점. 장정석 감독은 이후에도 오히려 이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했다.
장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초반 2이닝 동안 실점을 했지만 나머지 4이닝 동안은 잘 막았다. 최대한 맡길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이날 등판해야 하는 선발투수는 신재영. 하지만 장정석 감독의 선택은 신재영이 아닌 최원태를 내보냈다. 다음주 주중 시리즈 시작을 신재영으로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모험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장정석 감독도 경기 후 “선발 최원태가 공격적으로 좋은 피칭을 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한 최원태는 지난 시즌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을 기록했다. 초라한 성적표지만 꾸준히 1군 무대에 적응하며 성장했고 올 시즌 그 가능성을 꽃피울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넥센은 지난해 중고신인 신재영이라는 걸작품을 만들어냈다. 2012년 프로에 발을 들인 신재영은 경찰청 제대 후 지난해에서야 1군 무대에서 데뷔했다.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맹활약하며 넥센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신인왕도 그의 몫이었다.
이날 최원태의 투구는 지난 시즌 초반 신재영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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