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피부가 탱탱하고 고운 어린아이도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주름에 한숨을 쉬고 여름날 파릇파릇했던 이파리들도 가을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힘없이 떨어진다.
매일 승패가 나뉘는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왕조가 저물고 새로운 팀들이 상위권을 꿰차고 있다.
kt 위즈와 ‘엘롯기(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가 순위표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왕조를 이뤘던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던 넥센 히어로즈(2014년 준우승)는 뒤로 밀려났다.
김성근 감독 시절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달성한 SK 와이번스는 최근 3~4년간 성적은 여전만 못하다. 특히 지난해엔 가을야구를 코앞에 두고 충격의 9연패를 당해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에 와일드카드 결정전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올해는 새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현재 2승 6패로 9위에 머물러있다.
넥센은 최근 3연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 좀처럼 타선이 처지지 않아 5연패까지 당했다. 프런트 출신 장정석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파격을 단행했지만 출발이 좋지 않다. 3승 5패로 공동 5위인 넥센은 11일부터 선두 kt와 홈 3연전을 치른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잠깐 꼴찌에 머문 기억이 있지만 올해는 계속 ‘10호선 열차’를 탈 기세다. kt에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5연패 늪에 빠져 있는 삼성은 일단 26이닝 연속 무득점의 굴욕부터 씻어야 할 판이다.
답답한 행보를 보이자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뜻하는 ‘SNS 마이너 갤러리(커뮤니티 사이트 디시 인사이드)’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SK, 넥센, 삼성의 약자가 ‘SNS’로 원래 의미의 SNS와 철자가 같아 셋방살이를 하게 됐다.
갤러리를 이용하는 팬들이 많아지자 SNS 마이너 갤러리는 야구팬들의 커뮤니티가 됐다. 이들은 공지사항에 갤러리 가이드를 띄워놓고 엠블럼과 마스코트, 일일총회 일정, 주간 SNS 등 각종 콘텐츠를 마련했다. 또 갤러리 내에서 강팀 팬들과 대화를 철저히 금지하며 결속력을 높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나긴 암흑기를 겪은 ‘엘롯기’는 자연스럽게 해당 팀 팬들의 연합을 이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윗동네에서 놀았던 ‘SNS’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SK, 넥센, 삼성 팬들이 온라인 상으로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에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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