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연속으로 어퍼컷을 날렸을까.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건우가 타구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건우는 올 시즌 초반 공수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직전 경기까지 타율 0.115(26타수 3안타)에 그쳤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타석에만 서면 몸이 굳었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경기력이 수비에까지 미쳤다. 박건우는 지난 7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7회 실책을 범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박건우는 곧바로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다. 9일 넥센전을 앞두고 삭발을 감행한 것. 경찰청에서 군 생활을 한 이후로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깎았다.
반등 타이밍을 벼른 박건우는 마침내 일을 냈다. 1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박건우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훨훨 날았다.
박건우는 이날 2회말 무사 1, 2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는 초구에 2루수 인필드플라이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3회 두 번째 타석 때 완벽히 만회했다. 팀이 4-2로 앞선 1사 2루에서 타석에 선 박건우는 KIA 투수 김광수의 9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모처럼 장타를 터뜨린 박건우는 힘차게 포효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타자 허경민의 타석 볼카운트 2-0에서 기습적으로 3루 도루를 시도했고 이것이 성공했다. 그러자 박건우는 또 한 번 어퍼컷을 날리며 자축했다.
기세가 오른 박건우는 5회 중전 안타를 작렬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두산은 박건우의 활약 속에 16-4 대승을 거뒀다.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승부욕과 근성이 대단하기로 알려진 박건우가 시즌 첫 2안타 경기를 펼치며 반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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