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KBO리그)를 즐길 수 있는 조금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중계하는 이종범 해설위원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이종범 위원이 속한 MBC스포츠플러스는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넥센 경기의 중계자로 이 위원을 배치함으로써 야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위원은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때론 너그러운 조언으로 이정후에게 도움이 되려 하고 있다.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도 이종범 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이정후는 9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이 위원은 아들 이정후의 활약에 울고 웃었다. 그때그때 보여준 퍼포먼스의 기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2회초 SK 박정권의 타구를 뒷걸음질 치다 간신히 잡아냈다. 아웃카운트를 늘리기는 했지만 타구의 깊이를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역 시절 내야수와 외야수를 모두 본 경험이 있는 이종범 위원은 지체하지 않고 이정후의 플레이에 쓴 소리를 가했다. 이 위원은 “솔직히 말해서 수비 자체를 잘했다고 볼 수 없다. 뒷걸음질 치다가 타구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펜스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종범 위원의 말을 들은 허구연 위원은 “이정후가 고교에서 바로 프로로 왔다. 프로 타자들의 타구는 또 다르다”라며 “어린이날에 아버지가 상처를 주면 안 된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3회에는 호수비를 펼쳤다. 이정후는 3회초 SK 김성현의 까다로운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냈다. 이 장면을 본 허 위원은 “지금은 쉬운 타구가 아니었다. 마지막 점프 타이밍이 쉽지 않았는데 잘했다”며 이정후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종범 위원은 말을 아꼈다. 한명재 캐스터가 “어떠세요?”라고 묻자 이 위원은 “지금은 제가 칭찬하는 것보다 허구연 위원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반면 위험한 장면도 있었다.
5회초 SK 한동민의 타구가 우익수 이정후 방향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이때 이정후가 공을 놓쳐 한동민의 2타점 적시타로 기록됐다. SK가 3-0으로 달아난 상황. 이정후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종범 위원. 하지만 이 위원은 “한동민이 좋은 타격을 했고 나주환도 빼어난 홈 슬라이딩을 했다”라고 점수를 낸 SK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수비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5회말 1타점 3루타를 때린 것. 송성문의 희생플라이 때는 빠른 발로 슬라이딩하며 득점까지 기록했다. 팀의 5-3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이날 유독 수비하던 이정후에게 라이드라이브로 가는 타구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종범 위원도 함께 놀랐을 터. 마이크를 통해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야구팬들은 이 위원에게서 그라운드의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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