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자동 고의 4구) 우리도 도입하면 안 되나? 하긴, 싱겁긴 하더라.”
올 시즌부터 신설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자동 고의4구’ 규정에 대한 김성근(75) 한화 이글스 감독의 생각이다. 신선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흥미는 다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16일 넥센 히어로즈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방문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성근 감독은 갑작스레 메이저리그(MLB) 이야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MLB를 보는데 아오키(노리치카)가 타석에 들어서더니 타격을 하지도 않고 장비를 풀더라”며 “뭐하는 건가 싶어서 자세히 봤는데 갑자기 1루로 걸어 나가더라”고 말했다. 자동 고의4구 장면을 언급한 것이다.
MLB는 경기 시간 단축 계획의 일환으로 이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고의 4구를 던지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MLB 사무국의 결정이다. 수비 측 감독이 주심에게 고의 4구 사인을 보내기만 하면 별도의 투구 과정 없이 타자를 바로 1루로 보내게 됐다.
MLB는 경기 시간 단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 고의 4구 규정 신설 외에도 리플레이 판독 신청 시간 제한, 판독 시간 단축 등을 시간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도 그 제도를 도입하면 안 되나”라고 취재진에 물었다. 시간 단축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야구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고의 4구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고의4구 과정에서도 충분히 실책이 나올 수 있다. 2013년 두산 베어스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주자 2루 상황에서 고의 4구 도중 포수 키를 훌쩍 넘기는 폭투를 범했다. 홍상삼은 이후 급격히 흔들리며 2개의 와일드 피칭을 추가해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또 고의4구가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승부처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같은 효과가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김상현은 과거 자신을 승부하기 위해 상대 투수들이 최희섭을 고의4구로 내보내는 것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희섭을 향한 잦은 고의4구는 오히려 김상현에게는 자극제가 됐고 2009년 김상현이 홈런왕으로 거듭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김성근 감독도 이 같은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좀 싱겁긴 하더라”라면서 “플레이 하나하나를 결정할 때마다 생각이 반영된다. 거기에 야구의 묘미가 있는 것인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그럴만한 여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 재미 중 하나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벤치의 작전에 대해 비판을 보내고 야유를 하는 것인데 그런 시간까지 빼앗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도 경기 도중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리틀야구에서 자동 고의4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고의4구 중에도 폭투나 보크가 나올 수 있다. 이 부분도 경기의 일부다. 경기 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이 제도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김성근 감독과 뜻을 같이 했다.
야구계에서는 평균 3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많은 팬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 고의4구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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