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4년 전에 말썽을 일으켰던 그 선수가 맞나 싶다. LG 트윈스 우완투수 임찬규(25)가 꾸준함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며 5연패 중인 팀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야구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2013년 임찬규의 ‘물 세리머니 사건(혹은 물찬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임찬규는 그해 5월 26일 KBO리그(프로야구)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수훈선수로 뽑힌 정의윤(현 SK)과 정인영 KBSN스포츠 아나운서(현 프리랜서)의 인터뷰 도중, 뒤에서 몰래 다가와 플라스틱 통에 담은 물을 퍼부었다.
그런데 이때 정 아나운서가 더 많은 물을 얼굴에 맞고 말았다. 2012년에도 지난해에도 정 아나운서와 팀 선배 이진영(현 kt 위즈)이 인터뷰할 때 양동이에 물을 담아와 뿌린 적이 있는 임찬규는 곧바로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해당 방송사 편성 제작팀장이 “앞으로 경기 후 LG 선수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해 파장이 커졌다. 이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임찬규의 세리머니가 과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 야구팬들은 임찬규가 2011년 6월 17일 잠실 SK전에서 3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한 일까지 합쳐 “멘탈이 좋지 않다”고 깎아내렸다.
과도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비난여론에 억울할 법도 했지만 임찬규는 자신을 향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야구로 보답했다.
임찬규는 올 시즌 8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1.36을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다른 투수들과 경쟁하고 있진 않지만 장외에선 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8경기 중에 퀄리티스타트가 5번이나 될 정도로 올 시즌 꾸준히 잘 던져주고 있는 임찬규는 LG 선발진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임찬규가 특히 개선된 부분은 제구다. 루키 시즌인 2011년 볼넷 당 삼진 비율(K/BB)이 1.02에 불과했던 임찬규는 올해 2.6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잔루처리율(LOB%)도 91.8%로 데뷔 후 가장 높다.
이처럼 신인 시절과 비교했을 때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임찬규에게 양상문 LG 감독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양 감독은 “공격적으로 던진다. 모든 구종이 낮아져 땅볼 유도가 많아졌다”며 “군복무하면서 생각이 변했고 기술도 몰라보게 발전했다”고 칭찬했다.
현재 투수들이 호투해주는 만큼 타선이 터지지 않아 5연패 늪에 빠진 LG이지만,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다. 임찬규가 지금과 같이 꾸준한 투구를 이어간다면 LG도 반등의 기운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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