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다. 제이크 브리검(29)이 등판하는 날이면 넥센 히어로즈는 ‘계산이 서는’ 마운드 운용을 할 수 있다.
브리검이 시즌 4승(1패)을 챙겼다.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8이닝 104구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넥센의 2-1 승리에 앞장섰다.
8이닝 투구는 처음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브리검이 8회까지 던져주며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루 전 넥센은 김세현, 윤영삼, 하영민, 김상수까지 4명의 불펜을 소진한 터였다.
브리검은 KBO 데뷔전인 지난달 5월 18일 한화 이글스전 5이닝 2피안타 4볼넷 무실점을 시작으로 24일 NC 다이노스전 6이닝 11피안타 2사구 5실점(3자책), 30일 LG 트윈스전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6월 4일 두산 베어스전 6이닝 7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10일 KIA타이거즈전 7이닝 9피안타 1볼넷 2실점, 그리고 16일까지 6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5이닝 이하 투구를 한 적이 없다.
1.74이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1.62까지 떨어뜨렸다. 개막한 지 한 달 넘게 지나 넥센에 합류,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기까지는 한참 모자라지만 발군의 기록인 것만은 분명하다. 평균자책점 1위 임기영(KIA)의 그것이 1.82다.
브리검의 시즌 3승 상대인 롯데의 두 외국인 닉 애디튼, 브룩스 레일리는 부상도 아닌데 하도 난타를 당해 현재 2군에 가 있다. 외국인이 이렇게 잘 던지니 브리검을 바라보는 다른 구단은 샘이 날 수밖에 없다. 넥센의 션 오설리반 교체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브리검은 “오늘 상대 투수(노경은)가 강했다. 박빙이라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1점차 승부를 즐기는 사나이의 면모다.
1회초 선두 타자인 전준우에게 홈런을 맞은 게 이날의 유일한 흠. 이후 브리검은 최고 146㎞의 포심과 투심, 127~135㎞의 슬라이더, 평균 136㎞의 포크볼을 적절히 조합해 롯데 타자들을 가볍게 돌려세웠다.
브리검은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준 것보다 다음 타자(손아섭)에게 볼넷을 준 게 더 아쉽다”며 “홈런을 주고선 더 공격적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배터리 간 호흡이 좋았고 야수들의 수비 도움으로 빠른 템포를 이을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넥센 선발 자원들은 팔꿈치 통증(한현희), 손가락 물집(신재영), 컨디션 난조(조상우) 등 갖가지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수년을 에이스 역할을 해 온 앤디 밴 헤켄은 노쇠하 기미가 뚜렷하다. 영웅 군단의 실질적인 1선발은 브리검이다.
브리검은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나의 목표”라며 “앞으로도 좋은 피칭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