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요즘 큰 걱정은 없다. 선발투수 메릴 켈리가 잘 던져줬으면 하고, 타자들이 많이 출루했으면 좋겠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투수 켈리의 호투를 바랐다.
‘에이스’ 켈리는 힐만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큰 위기 없이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트레이드마크인 삼진을 잡아가면서 투구수까지 아꼈다. 공격적인 피칭을 한 게 주효했다. 켈리는 이날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100구(속구 최고 시속 154㎞)를 던지며 7피안타 8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을 기록,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9연승이자 시즌 10승(3패)째. SK는 6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켈리는 “두산 좌타자들 중에 강타자가 많아서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는데, 이게 주효했다. 두산에 좋은 타자들이 많기에 개인적으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서 “또 KBO리그 3년차가 되다보니 상대 타자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게 도움이 됐고 운도 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켈리의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경기 소감을 통해서도 말했듯 지난해보다 변화구 비율을 높이면서 타자들과 수 싸움에서 앞서는 면모를 보였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켈리의 지난해 속구 구사율은 43.3%였다. 슬라이더는 19.2%, 체인지업과 커브는 각각 15.6%, 7.0%였다. 싱커도 14.5%의 비율로 던졌다. 이에 비해 올 시즌 속구 구사율은 직전 경기까지 36.8%로 줄었다.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가 20.5%, 9.7%로 올랐다. 싱커 역시 15.4%로 올라갔다. 이날 역시 총 100구 중 속구는 31구에 불과했다(체인지업 26구, 커터 23구, 커브 20구).
또 이날 삼진을 잡을 때 켈리의 ‘팔색조’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1회말 닉 에반스를 삼진 처리할 때 공이 시속 130㎞ 커브였다. 후속 오재일을 삼진으로 잡을 때도 결정구는 커브(132㎞).
이뿐만이 아니었다. 켈리는 3회 에반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시속 138㎞ 체인지업을 던졌고, 4회 김재환과 국해성을 삼진 처리할 때 각각 체인지업(139㎞), 커브(134㎞)를 뿌렸다. 이밖에 5회 박세혁(139㎞ 체인지업), 7회 허경민(147㎞ 커터), 국해성(133㎞ 커브)을 잡을 때도 속구 계열보다는 변화구를 활용했다.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와 수 싸움에서 이기며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켈리의 투구를 지켜본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3회부터 체인지업 구사율을 높였는데, 좋은 구종을 장착하고 있다”면서 “알고도 때리기 힘든 구종이다. 컷 패스트볼과 싱킹 패스트볼, 짧게 움직이는 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본인이 계속 연구하고 있다. 특히 오늘은 이닝별로 쪼개서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볼넷이 없는 투수가 경기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벌써 개인 9연승이다. 지난해까지 승운이 없었기에 승리 소감이 남다를 터. 허나 켈리는 팀을 먼저 생각했다.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9연승을 했다는 것보다 내가 아홉 번 경기에 나가서 팀이 9승한 게 더 의미 있다. SK가 더 강해진 것 같다.”
켈리의 투구를 지켜본 힐만 감독은 “선발 켈리가 7회까지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공격에서 4회 2득점 이후 기회를 놓쳐 아쉬웠지만, 켈리를 비롯해 김주한, 박정배가 상대 타선을 완벽히 막은 대목이 좋았다. 승리하는 데 3점이면 충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SK 에이스 켈리가 스스로 변화를 주면서 진화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승리요정인 그가 버티는 비룡군단 앞문은 강철처럼 튼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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