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다르빗슈 유(31)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니 KIA(기아) 타이거즈 임창용, 이범호가 떠오른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다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류현진 동료'가 된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후 다저스타디움에서 공을 던져본 적이 없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텍사스 레인저스와 만날 일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저스타디움 마운드가 다르빗슈에게 아예 낯선 건 아니다. 일본 야구 대표팀 소속으로 짜릿한 기억이 있는데 이게 한국프로야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저스 소식을 전하는 다저인사이더는 1일(한국시간) 다르빗슈의 이적 소식을 전하며 “다르빗슈는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 승리투수였다”고 상기시켰다.
아직 현역으로 건재한 KBO리그의 임창용, 이범호는 물론이고 일본의 살아 있는 전설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까지 소환하지 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새드 엔딩’으로 끝났지만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바로 2009 WBC 결승이다. 숙명의 한일전에서 한국인 연장 10회 혈전 끝에 3-5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윤석민(KIA)의 눈부신 호투 속에 베네수엘라를 10-2로 눌렀다. 일본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내세워 미국을 9-4로 각각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앞서 한국은 A조 조별리그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에 2-14로 졌다 1-0으로 설욕했고 마이애미 돌핀스타디움에서 계속된 2라운드에서 4-1 승리로 준결승행을 확정하고 2-6으로 졌다.
패자 부활이 있는 괴상한 토너먼트 방식으로 이론상 한 대회에서 두 팀이 5차례 맞대결을 벌이는 확률 낮은 경우의 수가 존재했는데 바로 한국과 일본이 그랬다. 총 전적은 2승 3패.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결승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와 봉중근(LG 트윈스)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됐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 한국은 2-3으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을 시작했다.
일본 마무리가 다르빗슈였다. 한국은 1사 후 김현수(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김태균(한화 이글스)의 연속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으나 추신수(텍사스)의 삼진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2사 1,2루. 이범호는 다르빗슈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당겨 좌익수 앞으로 보냈다. 대주자 이종욱(NC 다이노스)은 빠른 발로 홈을 밟고선 포효하는 짜릿한 장면을 연출했다.
3-3으로 맞이한 연장 10회초 임창용이 이치로와 승부에서 무모하게 승부하다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는 바람에 결국 한국은 분루를 삼켰다. 다르빗슈는 10회말을 퍼펙트로 마감했다.
2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다르빗슈의 유일한 다저스타디움 기록이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우승컵에 입맞춤해본 기억이 있는 다르빗슈는 이제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도전하는 다저스를 위해 힘차게 공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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