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가 훈훈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호준(41·NC)이 친정팬 앞에서 고별사를 건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호준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SK와 방문경기에 앞서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다. 이호준이 전성기를 보낸 장소, 문학에서의 최종전을 맞아 두 구단이 마련한 행사였다.
SK 측은 “이승엽 말고도 물러나는 선수가 있다. 인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가 있습니다”라며 “2003년 SK 한국시리즈 첫 홈런의 주인공, 12년간 SK에서 묵묵히 팀을 이끌며 자신의 야구를 해온 맏형”이라는 메시지를 빅보드(대형 전광판)에 띄웠다.
‘깜짝 기념식’은 NC가 전날 이호준 모르게 SK에 제안했다. SK도 “이호준이 SK의 왕조 구축(2007~2012,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호준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벤트가 준비돼 있는지 몰랐는데 감사하다. 문학(SK행복드림)에서 좋은 일이 많았다. 새로 생긴 해(2002년) 멋진 야구장에서 야구하게 돼 정말 좋았다. 마지막이라니까 실감이 안 난다. 환영해주셔서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이호준은 SK 응원석인 1루 스탠드를 향해 허리를 거듭 숙였다. 이호준의 카리스마, 선수단 통솔력을 보고 배운 5년 후배 SK 주장 박정권이 꽃다발을 전달하며 선배를 꼭 안았다. 스포츠마케팅 잘하기로 정평 난 두 구단의 아이디어가 빛난 대목이었다.
1994년 해태(KIA 전신) 타이거즈 고졸신인으로 지명돼 1996년 프로에 데뷔한 이호준은 SK의 2000년 창단 멤버로 13년간 인천을 홈으로 썼다. 2003, 2004년에는 연속으로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다. 프로 22년 중 SK에서 보낸 시간이 해태(4년), NC(5년)에서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