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대학 야구팀으로부터도 선택을 받지 못해 진학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고졸 또는 고졸예정 이상 야구선수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린다.
호서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 야구학과는 내년 학점은행제 야구선수와 엘리트 야구선수를 모집해 관심을 끌고 있다. 모집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 이상자로 프로팀 진출과 대학팀 진학에 실패한 선수와 프로 및 아마추어 팀 조기 은퇴 선수, 야구산업의 핵심인재를 꿈꾸는 일반인들이다.
호서대 학점은행제 야구선수들은 야구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현역 선수에서 은퇴하더라도 학업에 정진하거나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졸업 학점을 이수하면 정규대 졸업학생들과 동일한 체육학 학사 학위를 수여받을 수 있고 2학년을 마치고 준학사학위만 취득해도 호서대 또는 다른 대학 3학년으로 편입이 가능, 정식 야구선수로 활동하거나 일반 학생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 엘리트 야구선수·학점은행제 기량 우수 선수와 독립구단 결성
무엇보다도 이번 모집이 관심을 끄는 것은 독립구단 창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양 원더스가 해체돼 독립구단 첫 실험이 실패로 끝난 상황이라 또 다른 독립구단이 창단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호서대 학점은행제 야구선수 및 엘리트 야구선수 모집은 독립구단 창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4~5년 내 독립구단을 창단해 선수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전문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선수들에게 프로야구 2, 3군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독립구단을 창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사례처럼 국내 프로야구 등 프로무대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선수 이외의 진로를 모색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호서대 유소년 스포츠 지도자 연수원과 연계해 각 지역별 유소년 야구단의 지도자로 파견하거나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ISG)과 연계한 야구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야구산업의 선진화를 이뤄낸다는 목표다.
일단 첫 해에는 학점은행제 팀과 엘리트 팀으로 나눠 운영하면서 한화 3군(육성군)과 충남지역 고교, 대학과 경기를 진행하고 2년째부터는 지원 선수가 늘어남에 따라 4군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이후 독립구단이 완전히 창단되면 미국 프로야구처럼 메이저리그부터 트리플A, 더블A, 싱글A, 루키 등 5단계 승강제를 실시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따라 상위 팀으로 진출시키는 시스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 커뮤니티대와 주니어칼리지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미국 전지훈련도 소화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야구선수가 못되더라도 스포츠 인재로 만든다
호서대가 학점은행제로 선수를 모집하는 것은 역시 스포츠 관련 학업이 이유다. 실력이 부족해 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스포츠 산업 인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관 지원과 협력 시스템까지 갖춘다.
ISG는 독립구단 사무국 역할을 하며 스폰서, 장학금, 후원금 확보 및 향후 다른 독립구단 창단 시 접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한화는 프로 3군 육성군과 경기를 지원한다.
또 호서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야구학과와 호서대 스포츠과학부 체육전공, 학점은행제 체육학과 등은 학업을 지원하고 한국코칭능력개발원 등 연구기관과 독립구단에 관심이 있는 시도 야구협회 등 지자체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야구 수업을 진행할 교수진으로는 박정근 호서대 야구학과 주임교수 겸 ISG 대표이사,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과 마해영 해설위원, 조태룡 넥센 히어로즈 단장 등 야구학과 교수들이 내정됐다.
ISG에 따르면 박성호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독립구단 구단주로 참여 의사를 밝혀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호서대 스포츠과학대학원 야구학과와 함께 독립구단 운영을 함께 기획한 ISG 관계자는 "현재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는 갈 곳도 없고 재기의 기회도 없다. 일반 직장을 가려고 해도 공부한 것이 없다"며 "고졸 예정 선수는 한해 약 610명 정도 나오는데 프로진출은 60명, 대학 진학자는 300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야구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지명도 받지 못하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한채 야구를 중단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시험 성적 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준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며 "또 독립구단을 통해 기량 향상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재기의 기회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독립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학생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 급여는 없고 코칭스태프 연봉과 프런트 인건비, 일반 경비 등 연 4200만원의 운영비가 소요될 것이다. 이 운영비는 기업 스폰서십과 시도 야구협회 예산지원 등으로 조달되기 때문에 예산 문제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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