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농구 대통령’의 아들다웠다. 충격적인 데뷔전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부산 kt 허훈(22)이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꼴찌 kt로선 반등의 가능성을 찾은 경기였다. 그러나 팀으로선 아쉬움도 컸다. 허훈 하나만으로는 절대 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동시에 깨달았다.
허훈은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방문경기에서 23분 21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15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영환(21득점)에 이어 팀 내 2번째로 많은 득점일 정도로 그 영향력은 컸다.
최고의 기대주에게 부여되는 ‘1순위’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허훈은 신장 180㎝로 다소 왜소한 체구에도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볼 핸들링을 바탕으로 과감히 골밑을 파고들었다. 직접 레이업슛을 올려 넣기도 했고 빈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기도 했다.
외곽에서도 주저 없이 슛을 던졌고 수비가 붙으면 빠른 드리블 뒤 점프슛으로 마무리 짓기도 했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가로채기도 2개나 해냈다. 반면 턴오버는 경기 초반 기록한 단 하나가 전부였다. 안정감까지 뛰어났다.
아버지 허재는 데뷔전에서 11득점 3리바운드 3도움을 기록했다. 그 임팩트만 놓고 보자면 허훈이 한 수 위였다. 2014년 10월 원주 동부에서 치른 고양 오리온을 상대로 5점 3도움을 기록한 형 허웅의 데뷔전 기록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문제는 팀이다. 상대가 올 시즌 극강의 면모를 보이는 SK였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무기력했다. 두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와 웬델 맥키네스는 이날 있으나 없으나 했다. 윌리엄스는 5득점 5리바운드, 맥키네스는 20분간 뛰면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김영환이 3점슛 5개를 꽂아 넣으며 맹활약했고 이재도도 10득점으로 제 몫을 해줬지만 이들만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복 없는 플레이가 필요한 때다. 윌리엄스는 KBL에서 5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기량은 이미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득점력은 다소 아쉽다. 올 시즌 평균 28분씩 코트를 누비면서도 13.3득점(7.7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10경기 중 20득점 이상이 단 2차례에 불과하다.
맥키네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균 27분여를 뛰며 15.7득점(7.9리바운드)을 기록했다. 득점 면에선 윌리엄스보다 나았지만 경기력의 편차가 너무 크다. 최다 27득점을 기록하는 등 20득점 이상 경기만 5차례였지만 나머지 5경기 평균 득점은 8점에 그쳤다.
허훈에 이어 전체 2순위로 kt의 유니폼을 입은 양홍석도 이날 프로 첫 경기를 치렀다. 9분여를 뛰며 1점 1리바운드에 그쳤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뛰어난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경기를 거듭하며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축 선수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두 외국인 선수이 안정을 찾고 양홍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 kt의 기량은 지금보다 확실히 좋아질 것이다. 신인이기는 하지만 기량이 검증된 만큼 허훈 스스로도 팀 공격력을 살릴 방법에 대한 치열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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