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외국인 선수 트리오를 지녔다는 것에 함박 웃음을 지었던 두산 베어스가 180도 달라진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앉고 있다. 닉 에반스(31), 마이클 보우덴(31)와는 이별하고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36)와 재계약도 고민하고 있다.
두산은 25일 KBO에 제출한 구단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했고 이날 리스트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공개했다. 니퍼트와 보우덴, 정재훈, 김성배, 고원준, 안규영, 이용호, 조승수, 진야곱, 홍영현, 이정호(이상 투수), 포수 정인석, 내야수 에반스, 정진철, 외야수 김진형, 백진우, 이찬기까지 총 17명이었다.
은퇴를 선언한 정재훈과 활약이 미미했던 선수들의 방출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니퍼트가 명단에서 빠진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니퍼트는 7시즌간 두산에만 머물려 통산 94승(43패)을 수확하며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도 3.48로 뛰어났다.
특히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지난해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올해에도 14승 8패 평균자책점 4.06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문제는 높은 몸 값이다. 두산은 니퍼트가 과연 이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를 생각했다. 니퍼트의 연봉은 210만 달러(22억8165만 원). 보통 4년 계약을 하는 자유계약(FA)로 바꿔 생각해본다면 계약금을 포함할 경우 100억 원은 훌쩍 넘어서는 가치다. 총액 150억 원에 롯데와 4년 계약한 이대호의 경우 연봉 25억 원에 계약금은 50억 원에 달했다.
니퍼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올 시즌의 성적을 단순히 부진에 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기는 힘들다. 두산으로서는 많은 나이로 인한 요인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 의사를 KBO에 전할 경우 최소 직전해 연봉의 75% 이상을 줘야한다. 즉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하기를 원한다면 내년 157만5000달러(17억1123만 원) 이상을 니퍼트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
이에 두산은 니퍼트와 협의를 마치고 새로운 계약을 통해 몸값을 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보우덴과 에반스와는 이별할 계획이다. 둘 모두 지난해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했던 보우덴은 지난해 18승 7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두산의 선발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7⅔이닝 동안 136구 투혼을 펼치며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직전해 무리한 탓인지 보우덴은 부상을 당했고 6월까지 단 2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정상적으로 복귀해서도 좋지 않았다. 3승 5패 평균자책점 4.64로 평범 이하의 기록을 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존재감을 내비치지 못하며 두산과 이별하게 됐다.
에반스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즌 타율 0.308에 24홈런 81타점을 기록한 에반스는 올 시즌 타율 0.296 27홈런 90타점으로 더 좋은 기록을 썼다. 그러나 시즌 막판 불타오른 오재일과 포지션 중복의 문제가 생겼고 결국 에반스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해를 떠올리면 아쉬운 결정임이 분명하지만 올 시즌을 돌아볼 때 납득이 가는 결정이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 고민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던 지난해와 달리 두산의 겨울이 더 바빠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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