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머리 자른 모습 보여드릴게요.”
김광현(30·SK 와이번스)이 머리를 잘랐다. 삼손 스타일 헤어를 더는 볼 수 없다.
지난해부터 줄곧 머리를 길러온 김광현은 25일 롯데 자이언츠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MY CAR)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를 마치자마자 미용실로 향했다.
김광현은 트레이 힐만 SK 감독과 함께 소아암 환우에게 필요한 가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발을 기부하기로 결심하고 머리를 길렀다. 정규시즌 첫 등판 이후 자르겠다고 공언했다.
팔꿈치 부상을 털고 2016년 10월 8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 구원 이후 533일 만에 프로야구 마운드로 돌아온 김광현은 이날 5이닝 78구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광현은 “퇴근하고 바로 자르러 가겠다. 화요일에 자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앞으로는 계속 짧게 자르려 한다”고 말했다.
SK 와이번스는 오후 8시 넘어 김광현의 짧은 머리 사진을 공개했다.
4년 몸값 85억 원, SK 와이번스의 프랜차이즈를 넘어 프로야구와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김광현은 슈퍼스타답게 선행에 앞장서 왔다.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기 전 SK 구단이 인천지방경찰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협업해 진행한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 때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정유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역투한 그는 “정유리 씨가 안산(김광현 고향) 출신이라는 걸 알아서 더 안타까웠다”면서 “저도 두 아이의 아빠이다. 빨리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광현은 이번에도 “사실 머리를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잘 몰랐다. 힐만 감독님 때문에 알게 됐다”면서 “많은 팬분과 보시는 분들께서 ‘이런 방법이 있구나’ 알아주시면 앞으로 몇 명 더 나오지 않겠나 싶다”고 품격을 뽐냈다.
이어 “좋은 일이니 동참해주시면 좋겠다”며 “머리가 너무 길고 염색하면 안 되고 등 기준이 빡빡하긴 하지만 혹시나 자르실 거면 기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동참을 당부했다.
김광현은 이날 마운드에서 무실점하며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건강하게 복귀, 승수를 쌓았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한판이었다. 휘날리는 김광현 장발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로도 이번 등판은 프로야구사의 하이라이트로 남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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