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안은영 편집위원] 요 며칠 나의 심정은 이렇다.
누가 내게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첫째도 연애의 독립이요 둘째도 연애의 독립이요 셋째도 연애의 독립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답하겠다. 가장 사적인 영역인 연애가 어쩌다 온 국민의 알 권리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당최 모르겠어서다. 알 권리는 사회적 영역이지, 개인을 향한 무차별적 폭로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 STV ‘짝’은 폐지수순을 밟았다. 녹화 도중 출연자가 자살을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당일 ‘폐지 단계는 아냐’라던 방송사의 공식 반응에 등골이 오싹했던 건 나뿐일까. 그 날로 폐지결정은 당연하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사과를 했어야 했다.
제대로 책임질 줄 모르는, 눈치를 보다가 막판에 가서야 ‘저희도 그러려고 했다’고 뭉개온 구태다. 날 것의 연애감정조차 방송용으로 기획하는 우리사회의 일면이다. 그러나 방송사만 매도할 일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여자 1호’ ‘남자 1호’ 어쩌고 하면서 그네들의 말투 하나 눈빛 하나까지 훈수 두며 끼룩대왔다. 공부는 쉽지만 연애는 수능보다 어려운 사람들, 짝을 찾고 싶은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보고 웃었다.
김연아와 ‘김연아 밖의 것들’은 점입가경이다. 단어 하나마다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열애를 단독보도한 모 매체, 뜨거운 스캔들로 들끓은 한반도, 난도질에 가까운 추측과 확인사살. 드디어 ‘일부 무분별한 추측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는 김연아 측 입장이 나왔고, 최초 보도 매체는 자신들의 행위(그들은 ‘보도’라고 일컫는)를 진지하고 세심하게 정당화했다.
매체는 사실보도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와 품위라는 게 있다. 섬세한 취재였다? 오케이. 있는 그대로 썼다? 오케이. 중요한 덕목이 있다. 보도과정에서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김연아 측 반응을 잔뜩 의식한 '톤 앤 매너'는 어쩔 셈인가? 무슨 ‘보도’가 김연아 용비어천가로 시작해서 사랑찬가로 끝난단 말인가.
김연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심정적으로는 동시대의 자랑이지만 매체의 취재원으로 보면 톱클래스 운동선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매체의 품위를 지켰어야 했다. 이 품위는 보도 이후의 대응에서 고스란히 그 밑천을 드러낸다. 이 대목이 이 매체의 한계를 드러낸다. 좋은 말로는 잠입취재, 다른 말로는 ‘파파라치’라는 태생이다.
몇 달 전 육사생도가 휴가 도중 애인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퇴교 조치를 당하자 소송을 내면서 육사가 발칵 뒤집힌 사건은 어제 규제완화라는 사실상 생도의 승리로 결론지어졌다. 그보다 먼저 프랑스 현직 대통령의 러브 어페어는 어떤가. 사실혼 관계의 동거녀가 있지만 여배우와 바람을 피웠다. 동거녀보다 새 애인이 더 좋은 대통령은 동거녀와 이별하고 새 연애에 푹 빠졌다. 대통령의 전부인은 전남편의 애정행각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십 잡지의 페이지를 덮고 일을 해야 할 때".
연애의 독립이 보장되는 사회, 그래서 섹시한 연애가 피어나고, 모두의 혈색에 엔돌핀이 돌아 웃음과 노래가 가득 퍼지는 세상, '렛 잇 고'! 과연 만화 같은 소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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