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군인이 축구 시상식에 등장했다. 상주 상무 선수가 아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자리에 40대 육군 준위가 왜 나타났을까.
27사단에 근무중인 조재룡(45) 준위는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된 2014 대한축구협회(KFA) 시상식에서 히든 히어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손흥민과 지소연만큼이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 준위는 어떤 업적을 세웠기에 한 해를 정리하는 축구계 최고 권위 시상식에 초대됐을까.
조 준위의 별명은 '여자축구 삼촌’. 강원도 화천군 27사단에서 근무중인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자축구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큰 대회가 열릴 때면 휴가를 쓴다. 전문 사진기자처럼 그라운드 한켠에 자리를 잡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놓칠세라 셔터를 누른다.
파주내셔널트레이닝센터(NFC)의 조리장 김형채 씨와 더불어 히든 히어로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나라는 내가 지킬테니 축구 선수들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벼주길 바란다”며 “여자축구 선수들 파이팅”이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군인다운 늠름함이 묻어나왔다.
조 준위가 여자축구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남자축구는 워낙 많이들 찍으시지 않나. 남자 위주로만 찍히는 사진들을 보고 약간 화가 났다”고 웃으며 “여자축구 선수들은 조카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준위는 축구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라 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관계자가 “조 준위님은 어쩌면 ‘히든 히어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여자축구 선수들과 협회 직원들은 그를 모두 알고 있다”고 설명할 정도다.
한국여자축구연맹 홍보팀 관계자 역시 “조 준위님이 각별히 여자축구를 사랑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큰 대회가 있을 때면 늘 함께 하신다. 선수들도 사진을 찍어주는 준위님을 많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조 준위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일까.
“축구는 내 삶이고 내 터전이고 내 마음이고 내 사랑이다. 축생축사다. 나는 축구에 미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내년 6월 개최되는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나선다. 조 준위같은 열성팬의 에너지가 가득하다면 여자 대표팀도 남자 선수들처럼 2002 월드컵같은 기적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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