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점 차를 지켜준 불펜과 야수 형들에게 고맙다.”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21)에게 1승은 정말 쉽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8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갈 정도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지만 결과는 1실점 완투패였다. 4차례 패한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앞선 7경기에서 평균 득점지원은 1.44점에 불과했다.
평균자책점 3.86, 전체 9위의 기록에도 3승 4패, 승보다 패배가 더 많았던 불운한 투수였다. 가슴 졸이는 승리를 챙긴 뒤 불펜과 야수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이유다.
최원태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85구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득점 지원은 역시 많지 않았다. 단 2점. 그러나 최원태에겐 승리를 챙기는데 2점이면 충분했다.
이날도 팀 타선은 5회까지 침묵했지만 최원태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이어갔다. 6회까지 병살타 2개를 엮어 매 이닝 3타자씩만을 상대했다. 실점 위기는 없었다. 팀이 2점을 낸 뒤 7회말 1점을 내줬지만 다소 불운한 실점이었다. 2사 1루에서 타석에 김재환이 들어섰고 벤치에선 내야와 수비를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키는 시프트를 가동했다. 그러나 김재환의 타구가 좌익선상으로 흘렀고 1루 주자 박건우가 홈까지 파고들었다.
이후 브랜든 나이트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최원태를 다독였다. 1루가 비어 있어 양의지를 고의4구성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오재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날의 임무를 마쳤다.
서울고 졸업 후 2015년 넥센의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는 지난 시즌 프로 2년차 11승(7패)을 챙기며 팀을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 149⅓이닝. 팀 내에서 가장 오래 마운드를 지켰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이날까지 8경기에 나서 5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 최원태는 “지난 완투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비록 패하긴 했지만 NC전 완투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3.49까지 낮췄다. KIA 타이거즈 팻딘(3.83)을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토종 선발 우투수 중엔 단연 으뜸이다. 좌투수까지 합쳐도 KIA 양현종(3.05)만이 최원태 위에 자리하고 있다.
최원태는 지난달 9일 발표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09명 예비엔트리에 포함됐다. 1차 명단이기 때문에 최종 24명의 4배수 이상 인원이지만 현재 페이스와 군 미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같은 우투 정통파 선발 자원 이용찬(두산), 윤성환, 양창섭(이상 삼성), 박세웅, 윤성빈(이상 롯데), 임찬규(LG)에 비해 경쟁력을 지닌다.
점점 좋아지는 페이스와 한층 성숙해진 자세는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최원태는 “(박)동원이 형 사인대로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상대 타선이 좋아 최대한 정확하게 던지려 노력했다. 완투나 완봉 생각은 안했다. 7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투구를 펼칠 줄 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 5일 KT 위즈전 승리를 거둘 땐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이날은 7이닝 동안 단 85개의 공만 던졌다. 삼진은 2개에 불과했다. 야수를 믿고 철저히 맞춰잡는 영리한 피칭을 펼쳤다.
이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려고 한다. 비와서 한 텀을 걸렀지만 휴식을 취한 덕에 더 좋은 공을 던진 것 같다”며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보탰다.
2009년 WBC에서 윤석민은 세계 정상급 타자들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는 뛰어난 투구를 펼쳤지만 이후엔 국가대표급 젊은 우투수 기근에 시달리던 KBO리그다. 최원태의 선전은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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