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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엄마 된 '지메시 절친' 문소리, 풋살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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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엄마 된 '지메시 절친' 문소리, 풋살로 돌아온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2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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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과 U-20 여자 월드컵서 3위 견인 '얼짱 골키퍼'…2012년 결혼·출산 뒤 공백, 복귀 준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함께 동메달 위업을 이끌었던 '얼짱 골키퍼' 문소리(25)가 을미년 새해 돌아온다. 축구가 아닌 풋살이다.

한동안 축구팬 뇌리 속에서 잊혀졌던 문소리는 오는 10일 강원 횡성군 횡성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해상 2014~2015 FK리그 경기를 통해 풋살 데뷔전을 치른다. 문소리는 최근 부산 해운대 지역에 있는 부산 카파FC에 입단했다.

문소리는 울산과학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최인철(43) 감독이 이끌던 한국 U-20 여자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발탈됐다.

당시 문소리는 김혜리(25), 임선주(25), 정설빈(25·이상 인천현대제철), 박희영(24·대전 스포츠토토), 지소연 등 현재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주축들과 함께 뛰며 한국 여자축구의 첫 FIFA 주관대회 입상을 이끌었다.

그러나 문소리는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 멤버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얼짱 골키퍼', '미녀 골키퍼'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타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서서히 잊혀져갔다.

◆ WK리그에서 실패, 그리고 이른 결혼과 출산

문소리는 스타성이 있는 선수였다. 당시 언론들은 향후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지메시가 차고 문소리가 막는다'며 문소리의 스타성을 부각시켰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여자축구의 동메달을 이끌었던 그가 지소연, 김혜리 등과 같은 길을 가지 못했던 것은 WK리그에 적응하지 못헀기 때문이다.

서울 동산정보산업고와 울산과학대학을 나온 문소리는 W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서울시청에 입단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속팀 감독과 불화까지 겹쳤다.

문소리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고 했지만 당시 서정호 감독은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주지 않겠다며 버텼다. 문소리는 서울시청에서 임의탈퇴처리됐다. 이후 폭식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탈모에 시달리기도 했다.

▲ 문소리는 2010년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지소연, 김혜리 등과 함께 3위를 이끈 주역이다. 사진은 FIFA U-20 여자 월드컵 환영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문소리. [사진=스포츠Q DB]

3개월 동안 무적 선수였던 그는 서울시청과 전격 합의하면서 이적동의서를 발급받고 스포츠토토로 이적했지만 경기력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었다.

이후 그는 2012년 5월 울산 현대에서 현역생활을 했던 유소년 축구 지도자 강민규(30) 코치와 화촉을 밝혔다. 문소리는 이적 파동으로 한창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위로해준 강 코치와 애정을 키워왔다. 결혼 3개월만에 임신하면서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

딸을 출산한 문소리는 지난해 8월 열린 전국여자축구선수권에서 신생팀 울산WFC에 소속돼 전국여자축구선수권에 출전했지만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일회성에 그쳤다. 문소리는 지난해 8월 아들을 출산했다.

◆ 지도자 자격증 취득, FK리그 통해 여자축구 복귀 도전

문소리는 팬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갔지만 축구계와는 꾸준히 인연을 맺고 있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한 '2013 골키퍼 골든글러브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으며 골키퍼 2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와 함께 남양주시에 이을용(40) 전 강원FC 코치가 개설한 이을용 FC에서 남편 강민규 코치와 함께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등 축구 지도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또 여전히 지소연, 김혜리 등 U-20 여자 월드컵 멤버들과 교류하며 변함없이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소연은 일본에 이어 영국에서 귀국할 때마다 문소리의 자녀 아기용품이나 의류 등 선물을 사다주는 등 '통 큰 이모' 역할을 톡톡히 할 정도다.

U-20 여자 월드컵 멤버들과 자주 만나면서 자극을 받은 문소리 역시 현역 복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함께 뛰었던 U-20 여자 월드컵 멤버들은 현재 전성기를 보내며 올해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 월드컵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소리 역시 이대로 현역 생활을 접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미 지난해 복귀를 시도했던 문소리는 여자축구 복귀를 위해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3년이라는 공백이 있는 선수를 받아들일 팀은 없었다.

문소리는 남편의 권유를 받고 풋살로 눈을 돌렸다.

문소리는 "아직 현역 선수에 대한 미련은 그대로 있다. 열정이 있다"며 "그러나 지금 당장 현역 선수로 복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받아줄 팀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 뛰고 있는 부산 카파FC와 인연이 닿았다"며 "풋살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여기서 잘해낸다면 여자축구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뷔전은 오는 10일 필로스 WFC와 경기다. 일단 문소리는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골키퍼로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몸이 좀 풀리는대로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도 뛸 계획이다.

문소리는 "신랑이 풋살화를 사줬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축구화를 내 돈 주고 사보긴 처음"이라며 웃은 뒤 "신랑이 사준 풋살화를 30분 동안 집에서 신고 있었다. 옛날처럼 설렌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부산 카파FC 관계자는 "문소리 본인도 그동안 열심히 몸을 만들며 준비해왔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 함께 뛰었던 친구들이 적극 추천해 영입하게 됐다. 국가대표 골키퍼까지 봤던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팀에 큰 힘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수 추가 등록을 해 오는 10일 데뷔전을 갖게 된다.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부산에서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소연 등 U-20 여자 월드컵 멤버들은 새해 여자 월드컵을 준비하고 문소리는 여자축구보다 더 낯선 여자풋살이라는 영역 개척과 현역 복귀에 도전한다.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를 썼던 당시 멤버들의 '청양(靑羊)의 해' 을미년은 의욕으로 넘친다. 서로 다른 곳에서지만.

▲ 문소리는 WK리그에서 적응하지 못한채 이른 나이 결혼과 출산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남편인 강민규 코치(왼쪽)가 제의한 풋살을 통해 여자축구 복귀에 도전한다. [사진=문소리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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