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먼저 골망을 출렁였던 키에런 트리피어(토트넘 홋스퍼)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경련에도 불구,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가 연장전 터뜨린 결승골은 잉글랜드-크로아티아전의 하이라이트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크로아티아가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에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고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반 4분 만에 잉글랜드는 트리피어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앞서 나갔다. 전반 내내 크로아티아는 2경기 연속 연장까지 치른 후유증 탓인지 에너지가 부족해보였다.
크로아티아는 후반전이 되자 조금씩 살아났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등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 안테 레비치(프랑크푸르트)가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잉글랜드 골문을 위협했다. 선수단의 체력을 걱정한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후반전에 공수에서 안일한 경기 운영을 이어가던 잉글랜드가 일격을 맞았다. 후반 23분 시메 브르살리코(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크로스를 페리시치가 수비 두 명 뒤에서 재빠르게 달려들며 왼발로 득점에 성공했다.
실점 이후 급격히 잉글랜드가 흔들렸다. 기본적인 빌드업 과정에서 불안한 패스미스가 나왔고 미드필더들은 자취를 감췄다. 결국 긴 패스로 전방에 공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없이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3경기 연속 연장전을 맞은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가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할 정도로 지쳐보였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정규시간 동안 아껴뒀던 교체카드를 차례로 사용하며 지친 선수들을 대체했다.
집중력을 먼저 잃은 쪽은 잉글랜드였다. 연장 후반 4분 페리시치가 헤더 경합에서 이기며 공을 수비 배후로 넘겼다. 존 스톤스(맨체스터 시티)가 집중력을 잃고 반응이 늦자 만주키치가 지체없이 골로 연결했다. 결승골이었다. 골을 넣기 직전 경련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던 만주키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발휘했다.
삼사자 군단의 젊은 선수들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집념과 경험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에 빠질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선제골을 넣었던 트리피어는 경기 막판 근육 경련으로 부축을 받으며 피치를 벗어났고, 벤치에서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크로아티아는 3연속 연장 승리라는 전무한 기록을 쓰며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반면 삼사자군단의 '영건'들은 미흡한 경기운영으로 좌절하고 말았지만 다음 대회를 위한 희망을 봤다.
결승전은 14일 자정(15일 0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와 프랑스 간의 대결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