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FC서울과 울산 현대 누구하나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었다. 분명히 결승골을 넣을 기회도 있었고 실점 장면은 아쉽기만 했다. 그럼에도 양 팀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발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울산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프로축구 1부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각각 8위와 5위에 머물러 있는 양 팀이지만 양 팀 사령탑은 아쉬워하면서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 클래스 다른 고요한-새 얼굴 윤석영·마티치, 이을용 감독이 거는 기대
이을용(43) 서울 감독대행은 지난 5월 황선홍 전임 감독의 사임 이후 갑작스럽게 임시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강원FC와 청주대, 서울에서 코치를 역임하기는 했지만 수장으로 팀을 지휘한 것은 처음이다. 영리한 미드필더로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지만 지도자 이을용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울은 이 감독대행의 부임 이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5월 치른 4경기에서 선두 전북에 0-4 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1승 2무 1패를 기록한 이을용호는 월드컵으로 인한 휴식기 동안 팀을 정비했고 후반기 3경기에서 1승 2무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유료관중만 1만여 명이 넘게 찾은 홈경기에서 연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전체적인 흐름 등 나름대로 생각한 대로 흘러갔는데 카운터 어택을 맞아 어이없이 실점한 게 아쉬웠다”며 “지고 있는 상황에서 따라간 것도 열심히 한 결과다. 후반전엔 체력적으로 떨어졌는데. 전남 드래곤즈와 홈경기는 잘 준비해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부분을 보고 있는 이 감독대행이다. 5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국가대표 출신 레프트백 윤석영과 새 외국인 선수 보얀 마티치 합류로 인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윤석영은 이날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6년 만에 리그에서 골을 터뜨렸다. 직전 경기에서 도움을 올린 데 이어 맹활약하고 있다. 왼쪽 측면 수비가 부실했던 서울이기에 더욱 천군만마 같은 윤석영이다.
경기 전부터 “항상 왼쪽 사이드가 문제였는데 (윤)석영이의 합류로 안정감을 찾게 됐다.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아는 선수”라고 칭찬을 했던 이 감독대행은 경기 후 “확실히 팀에는 보탬이 될 선수다. 몸도 많이 올라왔고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고요한도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와 주장으로 선임되며 날아다니고 있다. 팬들로부터 ‘메시 놀이’를 하고 있다는 평까지 듣는다. 이 대행도 “(고)요한이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이라며 새 캡틴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마티치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을용 대행은 “일단 팀에 원톱 자원이 오면 빌드업도 무난히 되고 경기 운영이 좋아질 것”이라며 “로페즈 (안델손)나 에반드로나 원톱 위치가 아니다. 로페즈를 세웠는데 거기에서 골이 들어가야 하는데 힘에 밀려서인지 자꾸 나와서 플레이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경기 운영이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마티치가 와서 전방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충분히 사이드 자원, 미드필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지금보다 수월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김도훈 울산 감독, 이근호-이종호-에스쿠데로 컨디션 회복만 기다린다
울산도 후반기가 기대되기는 마찬가지다. 김인성, 주니오, 황일수와 같이 빠른 자원들을 통해 올 시즌 도약을 기대케 했던 울산은 현재 5위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기는 다를 것이라는 김도훈 감독의 생각이다. 올 여름 부상으로 아쉽게 월드컵 출전이 무산된 이근호를 영입했고 에스쿠데로, 이창용도 울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아직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날 이근호가 첫 경기에 나섰지만 에스쿠데로는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이들이 아직까지는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근호는 월드컵 기간 중 해설위원으로 활약했고 재활을 거치느라 제대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적었다.
울산 호랑이 이종호도 부상에서 회복해 아직까지는 100% 컨디션이 아니다.
그렇기에 김도훈 감독은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았고 이근호나 에스쿠데로의 공격력 살아나면 저력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종호나 컨디션 회복 중인 선수들이 합류하면 특유의 빠른 축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이근호는 교체 투입돼 외국인 선수들과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주니오에게 침투패스를 한 이근호는 문전으로 쇄도했다. 주니오가 다시 패스를 건넸고 이 과정에서 이근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를 끌고 들어가며 에스쿠데로에게 결정적 기회를 제공했다. 에스쿠데로의 슛이 서울 골키퍼 양한빈의 선방에 막힌 게 아쉬웠다.
울산 축구는 ‘철퇴’로 대표할 수 있다. 탄탄한 수비를 중심으로 버티다가 빠르고 강력한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이근호와 황일수, 이종호와 같이 빠른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울산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바람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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