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야구팬들이 활짝 웃었다. 일본 열도를 평정하고 돌아온 이대호(소프트뱅크), 오승환(한신) 덕분이다.
이들 서른셋 동갑내기 스타는 7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이대호의 입담이야 워낙 잘 알려져 그렇다 치더라도 오승환의 활약이 백미였다. ‘돌부처’로 불리는 그는 그라운드에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매력을 뽐내며 “귀엽다”, “말 잘 한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대호는 “방송사들이 류현진 경기만 중계해준다”며 애교 섞인 아쉬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엔저 현상에 따른 연봉 감소를 언급한 MC 김구라의 짓궂은 농담에 “마음 비웠다”고 받아치는 센스를 보여줬다. 야구를 모르는 이도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산업 지형도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흘러가는 시대. 프로스포츠 역시 ‘팬서비스’가 화두다. 팬들은 이제 운동만 잘 하는 선수가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스타를 원한다. 슈퍼스타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다.
◆ 스포츠스타의 예능 출연,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
“저는 방송인이 아닙니다. 그냥 유명인라고 해주세요.”
10대들은 ‘셀럽’ 서장훈이 ‘국보급 센터’였다는 것을 알까. 2013년 은퇴를 선언한 그는 예능 대세가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 ‘4남1녀’에 나서 허당기를 보여주고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음주를 권유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희극인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안정환의 활약도 못지않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때땡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는 아들 리환 군과 함께 주말 예능 ‘아빠 어디가’서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곧 있으면 ‘우리동네 예체능’에도 출연해 족구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이규혁도 그렇다. 테니스를 너무 못 쳐서 올림픽 6회 출전의 ‘빙속 레전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노총각’ 양준혁은 종합편성채널에서 웨딩마치를 올렸다. 유부남 간접 경험을 통해 중장년층에게 다가갔다.
류현진은 2년 연속 ‘런닝맨’에 출연했다. 미국 무대 진출을 추진중인 강정호와 함께였다. 철 지난 이야기지만 2010년 ‘1박2일’ 6대 광역시 특집에서는 대구에서 양준혁, 광주에서 이종범, 부산에서 이대호가 나왔다. 야구스타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이도 없다.
라디오스타의 경우 지난해 11월 ‘땀 흘리는 여자들’ 특집을 마련해 미녀 스포츠스타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리듬체조 신수지, 격투기 송가연, 댄스스포츠 박지은, 우슈 서희주는 비활성화 종목 홍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요한 건 이들이 본분을 잊지 않고 자신의 종목을 어필한다는 데 있다.
양준혁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선야구대회를 소개했고 송가연은 자신이 '연예인이 아니라 운동선수'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서장훈은 농구 사랑을 외쳤고, 서희주는 그늘 종목 우슈 훈련 환경의 열악함을 알렸다.
◆ 김병지의 다짐이 주는 울림, 다음 과제는 서비스 정신 제고
“경기장에 오시는 팬들은 우리를 보러온 손님들이에요. 집에서 편안하게 TV 시청하는 대신 직접 경기장에 와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신 겁니다. 그런데 경기를 뛰는 90분만 보여주고 끝난다는 것은 팬에 대한 서비스 정신 부족이 아닐까요.”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의 생각이다. 프로스포츠 최고령 마흔다섯의 그가 왜 여태껏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내 통장에 돈을 넣어주는 사람은 바로 팬들”이라며 “평소 후배들에게도 팬들과 스킨십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옆 나라 프로야구팀 지바 롯데는 새해들어 지난 3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올 시즌부터 선수 연봉 평가에 팬 서비스 수준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올해부터 팬서비스를 가장 잘한 선수를 선정해 상금 100만 엔(9170만원)을 주기로 했다.
프로스포츠 양대산맥인 야구와 축구가 리그를 출범한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농구도 어느덧 19세가 됐다. 배구 역시 알만큼 다 아는 두자릿수 나이가 됐다. 프로페셔널답게 운동만 잘할 것이 아니라 팬을 향한 의식도 달라질 때다.
몰려드는 팬이 부담스러워 사인을 거부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비시즌간 미팅 행사처럼 돈이 들어오는 행사가 아니면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다. 우상의 ‘귀차니즘’에 어떤 어린이는 큰 상처를 입는다. 류현진, 손흥민의 한마디에 인생이 좌우될 수도 있다.
스포츠스타들도 많이 변했다. 잦은 예능 출연은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잘 하고 있다. 이제는 김병지의 다짐이 주는 교훈을 새기고 한 발 더 나아갈 때다. 스포츠스타들의 ‘서비스 정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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