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재벌·미남·모솔·나르시스트'.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을 성공적으로 녹여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웹툰 속 이영준을 체화한 박서준은 자타공인 '로코 장인'으로 거듭나며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로맨스 코미디의 공식을 깨우쳤다'는 배우 박서준만이 가지고 있는 '스페셜리티'다.
[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케이블채널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수목드라마 정상을 차지하며 박수 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자극적 소재나 악연 없이 순수하게 등장인물의 매력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배우 박서준이 있었다. 박서준은 자신만의 강점을 앞세워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극본 정은영, 연출 박준화)의 종영 인터뷰에서 박서준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구축하고 연기하기까지의 과정과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 박서준의 '인생캐릭터', 원작 부담 불구 '김비서가 왜그럴까' 이영준 선택한 이유
박서준은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에서 자아도취 부회장 이영준 역으로 분했다. 완벽한 미남이라는 원작의 설정으로 초기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일부 원작 팬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우려는 사라졌다. 기민한 소화력을 자랑한 박서준에게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연기를 할 때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요. 스스로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어야 그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영준은 달랐어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죠.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그게 결국 선택의 이유가 됐어요."
"배우로서 자기복제를 하는 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박서준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작위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려 노력했다"면서 "인물의 외형에서 목소리, 말투, 걸음걸이 등 처음부터 모든 것이 과제인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강조했다.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이 그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박서준은 "이영준은 실제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이다. 자기애가 굉장히 강한 캐릭터"라며 "이 작품을 하면서 나 역시도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라며 캐릭터가 불러온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서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이영준이란 캐릭터는 내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이런 자신감은 연기에 있어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번 역할에 온 정성을 쏟았어요.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함께 한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행복했다면 충분히 만족스럽죠"
박서준은 "이영준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 스스로가 내 안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칭찬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면서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 'I Remember'에서 '김비서가 왜그럴까'까지... 작품과 함께 쌓아온 자부심
올해로 데뷔 8년 차 배우 박서준. 그는 지난 2011년 방용국의 뮤직비디오 'I Remember'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후 '드림하이2', '마녀의 연애',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 '화랑', '청년경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스스로 돌아본 8년 간의 연기 여정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 제 자신의 연기 인생과 위치를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다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한 것들에 대하여 후회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작품의 성패를 떠나 모든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임했어요. 스스로 온 힘을 다했으니까 충분히 즐겁죠."
박서준은 "한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 제작진, 시청자들까지 특별한 인연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게 작품 선택에 있어 무수한 고민을 불러오는 이유지만 고민 끝에 선택하게 되면 늘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며 미소를 보였다. 박서준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 아쉬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이 마음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이번 작품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쌈마이웨이'에 이어 '김비서'까지 성공하면서 일명 '로코 장인'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로코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이면서 로코 이미지가 강해졌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색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껏 쌓은 적지 않은 작품의 경험들은 더 큰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서준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 종영 이후 곧바로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 있다"는 그의 말에서 그간의 노력이 절대 부족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 '왕관'의 무게에도 겸허할 수 있는 박서준의 연기 철학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전후로 박서준이 진행하고 있는 방송 광고가 무려 15개에 달한다. 2018년 브랜드 가치 역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며 브라운관을 섭렵했다. '전성기'라는 표현이 부족한 인기에 박서준은 "감사하지만 과분하다. 가끔 보내주신 사랑이 너무 커 불안하기도 하다"는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아예 광고를 안 찍어 본 건 아니니까 처음엔 좋았어요. 두, 세 개까지는 즐거움이 컸죠. 그러나 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부담이 되더라고요. '내가 광고주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됐죠. 인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 또한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서준은 "부담은 많았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수많은 광고 제의의 근간에는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속 이미지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을 통해 대중에게 보인 모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셨다고 본다며 미소지었다. 모든 결과는 그간 쌓아올린 노력에서 비롯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박서준은 "연기할 때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할 때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활동의 원동력이다"며 "제가 출연한 작품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분들이 계신다. 현재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등 다양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박서준은 "스스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능에 출연하긴 했지만, 여전히 연기가 가장 좋고, 잘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도전하고 싶다. 제 그릇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대중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다"고 끝맺음했다.
[취재후기] 종영 이후 이어진 고된 일정에도 박서준은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해선 한없이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그가 '이영준'이란 캐릭터를 구축하고 성장시키며 떠나보내기까지 전 과정엔 박서준만의 연기 철학이 담겨 있었다.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통해 자신만의 장점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박서준은 성공에 대한 부담까지도 다음 단계를 위한 계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배우 박서준의 다음 도전은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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