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롤)가 지상파로 생중계됐다. e스포츠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나미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축구게임 시리즈(PES, Pro Evoultion Soccer, 월드사커 위닝일레븐) 역시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 축구 팬들이 '위닝'으로 부르는 PES 2018은 롤과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클래시 로얄, 아레나 오브 발러 등과 함께 아시안게임 e스포츠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콘솔 게임 중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안게임 PES에 참여하지 못했다. 황진영, 최성민 유저가 국가대표로 발탁돼 2대2 종목 지역예선에 출전했으나 탈락했기 때문이다. 3판 2선승제로 총 5개 팀이 1회씩 붙는 리그전을 펼쳤는데 승점 6, 3위에 그쳐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 e스포츠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롤과 스타크래프트2 두 종목에 출전했다. 시범종목이라 금메달을 따더라도 연금이나 군 면제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 e스포츠는 4년 뒤 항저우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승격한다.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은 “이번 대회를 통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가디언 등 외신은 “2024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발판 삼아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 역시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사전 이벤트 형식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어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 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이 배출한 인기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 인형 탈을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캐릭터 분장 배경을 밝혔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역시 e스포츠의 정식종목 채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평창 때보다 좀 더 규모를 확장해 e스포츠와 올림픽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PES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5년 시리즈를 발매해 누적 판매량 1억 장(2018년 3월 기준)을 돌파한 축구게임이다. 라이벌사 EA스포츠 피파(FIFA) 시리즈와 함께 축구 게임계를 양분하고 있는 PES 시리즈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때문에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21일 열린 신작 PES 2019 프리뷰 쇼에서 만난 PES 시리즈의 한국 유통을 담당하는 업체 유니아나 관계자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등 스포츠산업과 결합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도 다시 한 번 PES 붐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 유저 대표 송찬의 군에게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4년 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최강 일본을 꺾어보자”며 독려하기도 했다.
e스포츠는 공공재 성격의 다른 스포츠와 달리 수익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점에서 올림픽 정신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e스포츠는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기준 중 하나인 ‘75개국 4대륙 이상에서 시행되는 보편화된 스포츠’라는 기준에 충분히 부합할 뿐 아니라 산업적인 성장세 역시 뚜렷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9억600만 달러(1조92억 원)로 전년 대비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1년에는 16억5000만 달러(1조8381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림픽 프로그램과 꾸준히 연을 맺고 있다는 것 역시 2024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 진출 가능성을 밝혀준다.
그렇다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던포스트와 인터뷰에서 "e스포츠 산업이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게임의 폭력성이 올림픽 정신과 위배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다.
e스포츠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선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 운영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IOC가 지적하는 부분에서 합의점에 이를 수 있다면 올림픽 진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막연한 일처럼 여겨졌던 e스포츠의 올림픽 진출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이 친구들과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즐겼던 PES를 올림픽에서 만나보는 날도 꿈이 아니다. 현실 스포츠를 모티브로 한 게임이 가장 최상위의 스포츠 대회,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