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 한국형 좀비 '야귀', 익숙함에 새로움 더했다
- 화려한 액션신 돋보여… 좀비 창궐 장면은 '월드워Z' 생각도
DOWN
- '야귀'에 비해 밋밋한 사극 스토리
- 세자 이청의 성장, 새롭지는 않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B급 호러 장르 소재였던 '좀비'는 어느덧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소재가 됐다. '월드워Z'를 비롯해 좀비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좀비'의 유행은 한국영화로까지 번졌다. 이미 국내에서는 '부산행'이 좀비 소재 영화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렇기 때문에 '창궐'은 기존 관객들이 익숙했던 좀비 서사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창궐'은 시대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겼다. '좀비'를 한국식 크리처인 '야귀'로 바꾸는 색다른 시도도 이어졌다.
조선판 좀비 영화 '창궐'은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한 영화다. 그렇다면 '창궐'이 가진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부산행'에 이어 '창궐'이 한국식 좀비물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 '좀비' 아닌 '야귀', 익숙함에 새로운 설정·배경 더해
'야귀'는 '좀비'와는 다르다. 좀비와 비슷하게 야귀에 물린 사람은 야귀가 되고 산 자가 아니게 되지만 좀비가 24시간 활동하는 것과 달리 야귀는 햇빛에 약해 밤에만 활동한다. 그래서 야귀(夜鬼)다. '창궐'은 서양식 크리처인 좀비에 색다른 설정을 붙여 조선시대에 어울리는 '야귀'를 탄생시켰다.
야귀는 3단계의 과정을 거처 인간에서 야귀로 변한다. 처음 물린 사람은 물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이나 이내 인간에게 달려드는 끔찍한 야귀로 변하기 때문이다.
'창궐'은 야귀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분장에 더욱 신경을 썼다.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듯한 야귀의 모습은 좀비의 창백함과는 다른 공포감을 관객들에게 심어준다.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허리가 구부정한 채 걷는 모습은 좀비와 닮아 있어 좀비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영화 후반부 야귀떼들이 몰려드는 장면 역시 기존의 좀비 영화의 구도를 따랐다. 대표적인 좀비 영화 '월드워Z'에서는 이스라엘 성벽을 좀비떼들이 달려들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그려진다. 영화 '창궐'에서는 궁의 벽을 넘어 근정전으로 몰려드는 야귀떼의 장면이 그려진다. '월드워Z'를 오마주한 해당 장면은 남다른 규모로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액션도 할리우드 못지 않다. 현빈은 검을 이용해 야귀 떼를 처치하며 마치 무협지 액션과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총을 이용한 기존의 좀비물과는 달리 조선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활, 검 등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사극 액션이 주를 이룬다.
# 배경은 조선 인조 시절? 그러나 사극적 재미는 적어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영화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이청(현빈 분), 김자준(장동건 분), 이조(김의성 분)가 그려진다. 그러나 청나라와의 관계, 청에 볼모로 잡혀간 왕자 등의 설정을 떠올려본다면 영화 '창궐'이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왕자 이청은 어린 시절 볼모로 청에 잡혀가 청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만큼 조선에 대한 애정이 적고 자신의 안위만을 중요시 하는 인물이다. 형 세자(김태우 분)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것과는 상반된다.
영화 '창궐'에서 이청은 인조의 뒤를 잇는 효종, 세자의 경우 어린 나이에 사망한 소현세자를 떠올리게 한다. 병조판서 김자준 역시 김자점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 있는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창궐'이 사극적 고증과 재현에 힘을 쓴 작품은 아니다. 그렇기에 사극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사극적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병조판서 김자준이다. 김자준은 야귀 떼를 이용해 왕위에 오르려고 하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김자준의 욕망은 영화 내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야귀가 창궐했다는 강렬한 설정 탓에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은 단편적으로만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극 영화의 재미는 당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에 있다. 그러나 영화 '창궐'은 상상력의 영역을 야귀의 묘사에 쏟아부었다. 왕자와 간신의 갈등, 무능한 왕이라는 설정은 이미 다수의 사극 드라마, 영화에서 봐왔던 진부한 설정이다. 영화 '창궐'이 야귀 묘사와 액션 장면에서 고평가 받는 것과 달리 초·중반 인물 갈등을 설명하는 사극 파트에서는 저평가 받는 이유기도 하다.
# 왕자 이청의 성장, 영화 '대립군' 떠올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혁명 이후 한국 영화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영화에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화 '창궐'도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그 중심에 있는게 주인공 이청이다. 이청은 청나라에서 자라 조선에 대한 애국심은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청은 민초들을 만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되고, 조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가 된다.
그런 이청의 성장은 기존의 한국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이 도성을 떠나 왜군에 맞서 백성들을 지키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대립군'에서 광해군은 나약한 왕자에서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참된 리더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광해군은 남의 군역을 대신 살아주는 대립군들의 삶을 보며 민초들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영화 '창궐' 역시 이와 같은 구조를 따르고 있다. 안하무인 왕자였던 이청은 야귀들과 대립하면서 백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영화 결말부, 야귀떼에 잠식당한 궁을 구하기 위해 백성들이 낫과 횃불을 들고 들이닥치는 부분은 촛불 시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근 몇년 동안 한국 영화가 촛불 혁명을 영화내에 담아냈기 때문일까? '창궐'에서 촛불 혁명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면들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인다. 오락 영화로서 '창궐'의 재미가 분명한 가운데 영화적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장면들은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영화 '창궐'은 좀비 크리처 무비로 훌륭한 작품이다. 그러나 욕심이 컸던 탓일까. 진지해지려 했던 '창궐'의 정치적 암투 파트는 영화의 흐름을 깨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최근에는 장르 영화에 대한 영화 팬들의 선호가 높다. '부산행'으로 좀비 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해 낸 가운데 조선판 좀비 아포칼립스 '창궐'이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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