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영웅 기자] 대한민국 아줌마들을 위해 기획됐던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세바퀴'가 최근 대대적 변신을 시도했다. 예전 아줌마들의 이야기는 모두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연예인들의 '단순 토크'가 차지하게 됐다. 이런 변신은 오히려 경쟁력과 시청률 모두를 하락시키는 모양새다.
24일 방송된 '세바퀴-친구 찾기'는 문희준, 김정남, 주영훈, 장수원 등 90년대 가요계 인기스타들을 모아 토크를 진행했다.
세바퀴의 이날 기획은 '무한도전-토토가'의 열풍에 힘입어 최근 불어닥친 90년대 가요계를 조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진정으로 90년대 가요계를 조명하는 이야기는 없었다. 최근 이슈몰이 중인 90년대 인기가수들의 신변잡기, 추억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미 타 예능 프로에서 거론된 '누가 누구를 좋아했고', '누구는 얼마를 벌었는지'에 대한 식상한 이야기들도 이어졌다.
스타들의 신선함도 떨어졌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들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90년대 스타가 아니었다. 많은 예능 프로에 계속해서 출연 중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청자들은 현재 방송 중인 토크 중심의 타 예능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현재의 '세바퀴'는 '과거 이야기-신변잡기' 패턴의 토크만 있을 뿐 참신성이나 색다른 재미가 실종됐다.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기 이전 '세바퀴'는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들의 애환과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한때 이런 모습에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세바퀴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줌마 중심 이야기를 다루던 세바퀴는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의 토크가 중심을 이루면서 아줌마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시청률 역시 내림세를 겪었다.
MBC 측은 이를 의식해 대대적인 세바퀴의 포맷 수술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MBC 측 관계자는 "세바퀴의 기존 방향성은 잃지 않고, 참신한 내용이 중심이 된 새로운 형식을 갖추겠다"며 "다만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까지 시청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청자들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위하면서도 젊은층 시청자들을 확보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기대감을 걸었다.
그러나 현재 방송 중인 '세바퀴'는 이런 기획의도와는 한참 떨어져 있다. 오히려 개편 이전에 '세바퀴'의 인기 하락을 초래했던 연예인들의 단순 토크가 확대됐다. 중장년층을 위한 진솔한 이야기는 사실상 실종됐다. '아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그들만의 경쟁력을 스스로 버린 꼴이다.
이런 여파로 그나마 '세바퀴'를 꾸준히 시청하던 중장년층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시청률 역시 내림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방송된 세바퀴의 시청률은 6.9%(닐슨 제공, 전국기준)로 개편이전 내림세를 겪던 시청률과 별차이가 없다.
'세바퀴'가 왜 변신을 시도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MBC 측에서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던 시청률은 오를 기미도 없고, 전체 시청자층을 위한 참신한 내용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바퀴'로서는 큰 위기상황이다. 프로그램의 변신 당시 기획의도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제작진과 출연 연예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전 지상파 출신 프리랜서 예능 작가 A 씨는 "세바퀴 제작진은 단순히 시청률 저하를 이유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개편을 시도한 것"이라며 "지금의 세바퀴는 참신성이 전혀 없다. '아줌마'라는 중장년층 중심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오지 못할 경우 프로그램의 존속까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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