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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빵 왜 이리 많아? 특산품 실체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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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빵 왜 이리 많아? 특산품 실체 알고보니
  • 스포츠Q
  • 승인 2019.04.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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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대게빵, 안동 하회탈빵, 횡성 한우빵, 강진 황가오리빵, 경주 주령구빵, 양남 주상절리빵, 청주 직지빵, 연천 주먹도끼빵, 제주 갈치빵ㆍ문어빵ㆍ해녀빵, 담양 죽순빵, 통영 톳빵ㆍ멍게빵, 창원 주남오리빵, 광양 매화빵, 진해 벚꽃빵, 포항 과메기빵, 고성 공룡빵…

전국 각지에서 지역명과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템의 이름이 붙은 빵이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들 빵은 특산물을 재료로 사용하거나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템을 형상화해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밀가루 또는 쌀이나 보리 반죽에 단팥이나 특산 농산물의 앙금이나 잼을 소로 넣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발효 빵보다는 풀빵에 가깝다.

 

[사진 = 연합뉴스]

 

전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 ○○빵'이 지방 관광업계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만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맛과 기획에서 좀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후죽순 특산 빵…"개성 없고 맛도 아쉬워"

지역 특산 빵이 범람하게 된 데에는 특산 빵류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경주 황남빵이나 천안 호두과자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구매자 입장에선 관광지를 찾았을 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고, 제조ㆍ판매자 입장에서도 개발과 생산ㆍ판매에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한 제품류라는 점 때문에 특산 빵이 우후죽순 격으로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빵의 형태나 사용한 재료에 지역의 특색을 입혔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비슷비슷한 빵의 범람이라는 점에서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개성 있는 기념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또 강조하고 싶은 지역의 특징이 빵이라는 표현 방식과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경우에도 굳이 '○○빵'으로 만드는 바람에 음식의 본질인 맛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식의 품격'을 저술한 음식평론가 이용재씨는 14일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지역 특산물을 강조하려다 보니 단맛이 나는 앙금빵에 오징어나 황태 등 짠맛이 나는 재료를 맛의 조화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넣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해산물은 짠맛에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므로 앙금이 든 빵보다는 크래커나 센베 같은 형식에 훨씬 잘 어울리겠지만 그런 창의적 시도는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달고 짠 음식을 함께 먹는 소위 '단짠 트렌드'가 최근 한국 식문화에 불었다고 해도 단팥과 조화하기 어려운 생선 살을 팥소에 섞여 빵의 속 재료로 쓴 경우나 대게 빵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게 등 껍데기 속에 빵 반죽을 채워 구워낸 형태 등은 빵으로서 맛과 먹기 좋음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해초와 해산물, 육류 등 꼭 빵이라는 형식이 아니고도 재료의 특성을 살려 부각, 육포 등의 다른 기념 식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산품까지 모두 빵으로 개발하는 시도는 우리나라 관광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아이디어 빈곤과도 닿아있다는 해석이다.

음식의 본질이 되어야 할 맛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탄생한 특산 빵은 장수하기 힘든 형편이다. 밀양시가 2015년 '공무원들이 지역 농산물로 직접 개발한 빵'이라고 홍보하며 개발한 마이빵은 현재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밀양시가 "우리도 대전의 '튀김 소보로'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봅시다"라고 야심 차게 밝힌 기획 의도가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는 맛을 고심하기보다 '특산품+빵'이라는 흥행 도식을 무작정 따랐던 원인이 크다고 분석된다. 보통 머핀 재료로 잘 쓰지 않는 토마토를 넣은 머핀(토마토 마이빵), 짭짤한 파이의 일종인 프랑스의 '키슈'라고 개발했지만 완성된 모습을 키슈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감자 마이빵 등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

일각에서는 자질을 갖추지 못한 식품이 특산 빵이라는 이름 아래 팔리는 경우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북 지역의 한 제과업 관계자는 "특산 빵으로 팔리는 제품 중에 시중에 팔리는 케이크 믹스(분말 재료)에 팜유라고 하는 값싼 식물성 유지를 섞어 만든 빵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증되지 않은 특산 빵의 범람이 제대로 된 공정을 거쳐 만드는 업체까지 비판받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지역 알리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장기적 안목 필요"

특산 빵 제조ㆍ판매 업체도 나름의 고충을 호소한다. 유명한 먹을거리나 관광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도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 수입을 얻으려면 기념품 업계에서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특산 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경북 경주시에서 양남 주상절리빵을 개발해 판매하는 이창운 사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지역에서 주상절리라는 지질적 관광 자원이 개발돼 새로운 관광지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을 알리기 위한 제품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상절리를 본떠 만든 빵을 먼저 접하고 양남이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며 "단순히 지형을 본 따 빵으로 구워 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과업계에 수년간 몸담았던 경험과 질 좋은 재료로 맛있는 추억거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딩 전문가인 미브랜딩 김미숙 대표는 "특산 빵이 가지는 의미나 한계도 이해하지만 소비자 입맛이나 문화적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보기엔 대부분 비슷하다고 느낀다"며 "일본의 지역 관광지처럼 '어딜 가면 이것을 꼭 먹어야 한다'는 희소가치를 지닌 대표적 상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특산 제품의 개발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임기가 제한된 선출직 수장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이고 민간 사업자도 보통 영세한 수준에서 초기 사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제품의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기다리거나 견디지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특산 먹을거리의 개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음식평론가 이용재씨는 "재료나 사물의 형상화에 집착하지 말고 특산 재료든 지역의 특색이든 차별적인 스토리를 일단 만들어 낸 다음 그에 맞는 음식과 짝을 지어 개발하는 게 최선"이라며 "음식이니까 맛도 중요하지만 포장의 디자인, 편의성 등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국내ㆍ해외의 대안은…"눈에 띄려고만 말고 스토리에 집중"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 기념품으로 음식류를 사 오거나 지인에게 선물하는 '오미야게' 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 음식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지역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특화돼 있다.

이름부터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가 연상되는 '시로이 고이비토(새하얀 연인이라는 뜻)'는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신선한 유제품으로 만든 크림을 바른 과자. 지역의 상징을 눈사람 모양이나 눈 쌓인 산 등 과자의 외형으로 형상화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지역의 정체성을 연상시키고 특산 식재료도 잘 활용한 사례이다. 1976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과자는 여전히 홋카이도에 가면 꼭 사와야 하는 오미야게로 인기가 있다.

사과가 유명한 아오모리현 중에서도 사과 생산량이 일본 최고인 히로사키시는 각각 다른 사과 파이를 만들어 파는 점포가 50곳에 이른다. 꿀빵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경쟁을 피해 아예 색다른 멍게빵ㆍ파래빵 등이 개발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통영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히로사키시는 시 관계자가 50종의 사과 파이를 모두 시식ㆍ조사한 뒤 식감이나 단맛의 정도 등의 특징을 기록한 '히로사키 사과 파이 가이드맵'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배포한다. 외형이나 특이한 시도로 무조건 소비자의 눈에 띄려 노력하기보다 똑같은 사과 파이지만 미세한 차이를 느껴보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평론가 이용재씨는 "일본의 경우 단순히 지역의 재료를 쓰는 것보다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짜고 이를 일식이든 양식이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음식에 짝을 지어 특산 음식을 개발해낸다"고 설명했다.

음식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고 제각각 특색이 있다.

프랑스 남부 바스크 지방에서 붉은 고추로 유명한 에스플레트 지역은 고기류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고추 잼이나 고추 젤리, 고춧가루를 넣어 단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 초콜릿 등이 인기 상품이다. 고춧가루의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이 지역에선 정기적으로 고추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 시연회를 열어 특산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높이고 판매를 촉진한다.

국내에도 진부한 기념 식품에 머무르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움트고 있다. 제주도에서 농업회사법인 '행복한 요리농부'를 운영하는 박소연 대표는 요리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특산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시식하거나 집에 가져가도록 한다.

그가 개발한 제주 감귤로 만든 귤피 소스 잼은 단순히 빵에 발라먹는 잼이 아니라 음식 소스나 드레싱에 넣거나 차로 마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잼을 서양만큼 많이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다른 인기 아이템인 말똥 쿠키는 통곡물을 활용해 제주도에 흔한 말똥 모양으로 빚어 구웠는데 어린이 관광객에게 제주의 자연에 관해 설명하고 자연의 순환을 이해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이목을 끌려는 것보다는 음식에 이야기를 입히는 시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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