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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8) 34년 숙명여대 소프트볼 '여자한테 이만한 스포츠가 있나요'(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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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그리고 스포츠] (8) 34년 숙명여대 소프트볼 '여자한테 이만한 스포츠가 있나요'(上)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3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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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명 이상의 신입생 입단, 34년 열정 플레이볼...그라운드 없어도 "소프트볼 최고"

[300자 Tip!] 야구붐이다. 많은 이들이 10구단 체제에 접어든 프로야구가 개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야구 사촌’ 소프트볼은 여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세계소프트볼연맹이 2020 도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재진입하기 위해 세계야구연맹과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여전히 한국인의 스포츠에 소프트볼은 없다. 숙명여대 소프트볼부 부원들은 “여자에게 이만한 운동이 어딨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뜬공이 날아오면 만세를 부르고 빠른 타구에는 알을 까기 일쑤지만 그들은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며 너도나도 소프트볼의 매력을 어필한다.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나이스캐치, 나이스볼, 수고하십시오!”

서울 용산구 청파로 숙명여자대학교 제2창학캠퍼스 정문 바로 옆에 숨어있는 다목적관에 들어섰다.

▲ 2시간에 걸친 훈련 내내 웃음꽃이 피었다. 이들은 사진기자의 포즈 요청에 있는 힘껏 점프를 뛰었다.

검은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은 여대생 9명이 야구공보다 커 보이는 노란 형광색 공을 주고받고 있다. 동작은 분명 어설프지만 그 속에는 분명 시스템이 있다. 가벼운 캐치볼로 시작된 훈련은 배팅으로 이어져 쉼 없이 2시간 동안 이어진다.

공 한 개를 주고받을 때마다 ‘나이스캐치’와 ‘나이스볼’, 한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수고하십시오’라는 격려가 오간다. 우렁찬 목소리가 체육관을 울린다.

언제부터 생긴 구호냐고 묻자 유래는 정확히 모른단다. 다만 올해로 34년째를 맞은 ‘숙대 소프트볼’만의 전통이라며 더욱 목청을 높인다.

◆ 여자 스포츠로 제격, 캐치볼서 오는 짜릿한 교감 

“여자한테 이만한 스포츠가 없다고 생각해요. 야구는 좀 위험하잖아요.”

투수가 18.44m에서 투구를 하는 야구와 달리 소프트볼은 13.11m에서 공을 던진다. 좌·우·중앙 펜스는 모두 67m. 야구장 규격의 3분의 2다. 공 던지는 법을 깨닫게 되면 3루에서 1루까지도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다.

김민정(2년)은 “여자도 해낼 수 있는 운동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지은(2년)은 “공이 커서 손에 잘 잡힌다”고 맞장구를 쳤다. 고교 재학 시절 야구를 접했다는 권나예(2년)는 “소프트볼 동아리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일 것도 없이 지원했다”고 웃었다.

주장 하도현(3년)은 “맞으면 아프긴 해도 물렁물렁한 연식공으로 해서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서 “수영도 하는데 혼자 하고 들어올 때마다 힘에 부치는데 반해 소프트볼은 함께 하다보면 팀워크가 생겨나는 것 같다. 힘이 절로 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숙명여대 소프트볼부는 올해로 34년째를 맞았다. 학교에 마땅한 그라운드가 없어 다목적관에서 실내 운동을 해야하는 처지다.

황주연(2년)은 “캐치볼을 하다보면 느껴지는 교감이 있다”고, 김소라(3년)는 “모여 하는 운동이라 너무 재밌다”고 거들었다. 이지은이 “팀 운동을 통해 어려웠던 언니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운을 떼자 권나예는 “우린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맞받는다.

◆ 선배들의 도움, 실력이 늘었다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란다. 마땅한 운동장이 없어 플라이 타구를 잡는 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서울여대 말고는 대결할 팀이 없어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는 점도 꼽는다. 전국체육대회 서울 예선전만이 제대로 구색을 갖추고 치르는 유일한 경기다.

숙명여대, 서울여대 선수들은 동호인 개념의 아마추어지만 행정상 대한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정식 선수다. 서울 예선 한 경기를 이기게 되면 대한체육회 주관 하에 열리는 전국체전에 지역을 대표해 출전한다. 대학·일반부 엘리트 선수와 붙는 웃지 못할 구조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다.

김민정은 “여자야구가 전국 규모 대회가 여럿 생기는데 반해 소프트볼 발전은 더디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홍승미(3년)는 “학부내 다른 동아리는 교류전이 자주 잡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실전이 더 있으면 더욱 재미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숙대 출신 선배들의 헌신적인 도움 덕이다.

▲ 주장 하도현(오른쪽)과 부주장 박하은은 "여자가 하기에 소프트볼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프트볼과 여자야구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숙 심판은 1주일에 한 번씩 짬을 내 후배들의 기본기를 다져주고 있다.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글로리아 야구단에도 종종 데려가 수비 훈련을 시킨다. 소프트볼 강호 신정여상을 이끌고 있는 이후정 감독도 후배들을 불러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

지난 학기부터는 서울대학교 베이스볼아카데미 이광환 원장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부주장 박하은(3년)은 “장비를 둘러메고 서울대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냥 지는, 만만한 팀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기본기를 철저히 익힐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 생소함서 오는 매력, “적극 추천합니다” 

“소프트볼? 그게 뭔데?”

선수들이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소프트볼은 체육교육과 재학생인 이들에게도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주변에서는 ‘한 운동’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입시를 위한 개인 종목만 접했을 뿐이다. 하나둘 모여든 이들은 이제 공을 때릴 때, 뜬공을 잡을 때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다.

비인기 종목이라 선수 수급이 어렵지는 않을까. 박하은은 “요즘엔 학교에서 티볼을 하면서 소프트볼에 대해 알고 오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숙대 소프트볼부에는 매년 7명 이상의 학생들이 신청서를 낸다. 축구, 배드민턴 버금가는 인기 동아리다.

김단비(3년)는 “누가 소프트볼이란 생소한 운동을 접하겠나”며 “이젠 야구 룰도 숙지했다”고 종목 어필에 앞장섰다. 김소라 역시 “남들은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희연(2년)은 “단체 운동을 통해 강한 승부욕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 잘 하지 못해도, 맞붙을 상대가 많지 않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없음에도 이들은 "소프트볼이 정말 재밌다"고 외쳤다.

모두가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고 눈을 반짝거렸다. 포지션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진검승부를 펼칠 상대도 모자라지만, 마음껏 치고 달릴 그라운드도 없어 사서 고생하지만 이들은 소프트볼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있었다.

[취재 후기] 박하은은 “못해도 주눅들 필요가 없다. 다같이 하면 된다”며 “2년간 송구 거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모른다. 배우면 는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이것이 생활체육의 힘 아니겠는가. 야구붐에 편승해도 좋다. 여성스포츠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소프트볼이 보다 하루빨리 대중화되기를 바란다. 체육 시간이면 등나무 밑에서 수다를 떠는 한국의 여중생, 여고생이 하기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 아닐까.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 그들은 캐치볼 하나를 주고받을 때마다 "나이스볼"이라고 외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여자 그리고 스포츠] (8) 눈빛 반짝이는 '청파 낭자'들의 뜨거운 플레이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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