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배우 조선옥(35)은 '박수홍의 썸띵뉴(Something New)'에서의 발랄한 실험녀 역, '남녀탐구생활' 출연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힐러', '구암허준', '서프라이즈', '실제상황' 등에 출연, '약선밥상', '메디컬투데이' 등 프로그램의 MC도 맡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 기생·간호사만 수 차례, 계속 이어지는 같은 역 캐스팅 이유는?
출연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선옥을 '박수홍의 썸띵뉴'와 '남녀탐구생활'에서의 출연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썸띵뉴'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처음 사용해 보는 발랄한 '실험녀' 역을 맡았다. 겉모습은 단아하고 조용할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은 엉뚱한, 반전을 주는 캐릭터였다. 이는 조선옥 스스로도 마음에 들어하는 역할이다.
"제가 실제로도 엉뚱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 역할을 하면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고 평가도 좋게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케이블 채널 방송이었는데, 당시 감독님께서 '지상파 방송이었으면 대박났을 것'이라고 하셨죠. 프로그램 포맷이 바뀌며 하차하게 됐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그가 자주 맡는 역은 기생, 간호사, 기자다. 특이한 점은, 이 역할들을 한동안 이어간다는 점이다. 한 번 기생으로 출연했더니, 그 후 몇 번이고 다른 방송에서도 기생 역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이는 캐릭터를 그만큼 잘 표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계속해서 비슷한 역할로 불러주시는 면이 있는데, 어떤 역할이든 자신있어요. 좀 더 새로운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웃음)"
◆ '스펀지' 보조출연으로 시작한 연기, 이후 방송연예 본격 공부
조선옥은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시작했다. 지인의 도와달란 요청으로 KBS 2TV '스펀지'에 보조출연자로 나갔다가 눈에 띄었던 것. 당시 예쁘게 꾸미기보다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묶는 등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었는지 후속 촬영 요청이 들어왔다. '스펀지' 특별편에 나갈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2004년 연기를 시작했고 이후 다양한 드라마의 캐스팅이 이어졌다.
"연기를 배운 적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했던 거니 한계가 있었어요. 열 달 정도 출연을 하다 좀더 배우고 난 후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일을 중단했죠. 당시 '스펀지' 감독님께서 추천서를 써 주셔서 대학교에서 뒤늦게 방송연예를 전공하게 됐어요."
대학에서 연기와 방송에 대해 배우고, 대학로 공연에도 섰다. 2007년 방송에 복귀하며 출연한 프로그램이 '서프라이즈'였다. 단역부터 천천히 단계를 올라가야 했으나 덜컥 주인공을 맡게 됐다. 첫 촬영에서의 연기력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 부끄럽지만,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기 때문인지 이후 주인공을 1년 반 정도 이어가게 됐다.
"그 때 맡았던 역이 조강지처 역이었는데 남편이 바람을 핀 상태에서도 헌신하는 내용이었어요. 다른 장면들에서는 연기를 아주 못 했는데,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다행히 좋은 평을 받았던 거예요. 어떤 남성 시청자 분은 밥을 먹다가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전해 들었는데, 기분이 참 묘했어요."
◆ 어학공부로 생긴 공백, 연기 열정으로 극복
조선옥은 연기 활동 외에도 영어, 중국어를 배우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어 공부에 욕심이 있어, 캐나다를 오가며 몇 년간 영어공부에 힘쓰기도 했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야기도 있었다. 조선옥의 팬인 캐나다의 어학 아카데미의 대표가 교육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던 것.
이렇게 쌓은 영어 실력으로 통역사 역에도 캐스팅됐지만, 공백이 길어지니 예전만큼 촬영 스케줄은 들어오지 않게 됐다.
"최근에는 일을 관둘까 생각도 했어요. 이쪽 일은 공백기가 생기면 금세 그 빈 자리를 새로 채우는 사람이 생겨요. 제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때는 촬영 스케줄이 정말 많아 한 달 중 이틀 정도밖에 휴일이 없는 날도 있었다. 심할 때는 하루에 새벽, 오후, 저녁에 각각 일정을 하나씩 잡기도 했다. 시간이 없으니 대본을 받아 대사를 외워 내뱉기 바빴던 적도 있었는데,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일정은 너무나 뜸해진 것이다. 이밖에도 계속되는 단역 캐스팅 등에 힘겹기도 했다.
"'왜 단역밖에 못 할까'라는 생각에 '얼굴이 안 예뻐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오히려 그 후로는 '너무 인위적'이라는 이유로 캐스팅이 더 뜸해졌어요.
그리고 단역은 대사가 짧잖아요. 촬영 하루 전 제주도까지 가서 대기했는데, 한 마디만 하고 돌아올 때도 많아요. 그럴 때면 집에 오는 길이 참 허무하죠. 여러가지 이유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며 긍정적인 자세로 일어났다. 분량, 역할에 대한 고민보다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좀 더 노력하기로 했다. 조선옥은 틈틈이 부모님의 가게를 도우며 영어, 중국어, 웹디자인 등 다방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배운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방면에 관심을 두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하나예요. 중국 시장, 온라인 시장 등이 커지고 있으니까 미래에 대한 대비인 거죠. 어디서든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무기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이런 부분은 연기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연기와 함께 계속 자기계발을 해 나가면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히든스타 릴레이] (12) 조선옥, 연기자와 배우의 차이를 아시나요? (下)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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