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가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음란물 단속이나 성폭력 사건을 놓고 상담사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조씨가 음란물을 내려받을 때 단속 가능성을 궁금해하거나 처벌을 걱정하는 다른 누리꾼에게 조언해 주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한 누리꾼이 "아동 포르노나 미성년자 음란물을 보면 단속에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자는 안 걸린다고 한다"고 하자 "잘못된 이야기를 들은 것"이라며 "얼마 전 여자도 잡혔다"고 충고했다.
또 미성년자 음란물을 다운받았다는 한 누리꾼이 "이런 음란물은 다운만 받아도 잡혀간다는데 어떡하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가지만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마라"고 조언했다.
성인용 영화를 다운받았는데 처벌 대상이 되느냐고 묻는 글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조씨는 성범죄와 관련한 고민을 토로하는 글에도 대응 방법 등에 관한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장본인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누리꾼에게 성범죄 신고를 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촌이 누나를 성추행해 충격받았다는 내용의 글에 그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세요. 성폭행은 친인척 사이에 빈번히 일어납니다. 늘 경계해야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여성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한 뒤 성관계를 가진 사람을 신고할 수 있냐는 질문엔 "여성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신고 가능하니 경찰서로 가면 된다"는 글을 남겼다.
중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여학생이 "집에서 친척 동생들과 놀아주다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알몸 상태였다. 부모님께 상의드리고 범인을 잡아야 하느냐고 묻자, 조씨는 "부모님께 상의드리고 범인을 잡는 게 좋겠다. 실제로 그랬다면 잡아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성년자들이 성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글에 충고를 남기기도 했다.
남학생들이 학원에서 "야메떼"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조씨는 일본 성인 동영상에 자주 나오는 말로 '그만해'라는 뜻이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철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이트에 총 478개의 조언 글을 달며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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