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담장 앞 타구에 배트를 던져버린 전준우, 평범한 뜬공에 본의 아닌 헤딩을 한 신본기는 이미 세계 매체에 조명되며 ‘월드스타’ 칭호를 얻은 이들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들어 진정한 월드스타가 탄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멈춰선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와 축구 K리그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생긴 일이다.
야구 NC 다이노스 모창민(35), KT 위즈 강백호(21), 축구 강원FC 조재완(25)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KBO리그와 K리그가 5월 드디어 개막했다. KBO리그는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 등을 통해 야구 강국에서도 전파를 탔다.
특히 개막전부터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반응이 뜨겁다. 첫 날 생중계된 NC와 삼성전에서 대포를 쏘아올린 모창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모창민은 개막전 박석민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날렸는데 그 자체보다는 ‘빠던(배트플립)’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선 흔한 세리머니지만 미국에선 투수를 존중하는 의미로 금기시되고, 자칫 보복구를 유도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어서 이전부터 흥미로운 것으로 시선을 모았다.
미국이 한국야구 중계에 전격적으로 나서며 가장 기대를 한 것도 이 ‘빠던’이었다. ESPN은 특집 기사로 빠던의 역사와 선수별 특징 등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담장을 넘긴 박석민은 ‘빠던’이 없어 실망한 중계진은 모창민이 배트를 시원하게 던져버리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계를 맡은 에두아르도 페레스 ESPN 해설위원은 “드디어 한국의 빠던이 나왔다”고 외쳤다.
특히 NC와 표기명이 같으면서도 메이저리그 연고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야구 팬들이 집중하며 모창민을 향한 관심도 더욱 뜨거워졌다. 팬들은 SNS를 통해 일제히 “BAT FLIP(배트플립)!”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20대 초반 어린 괴물 타자를 향한 관심도 이에 못지않았다. 지난 10일 두산전 9회초 강백호는 9-11로 끌려가던 상황 추격의 솔로포를 날리며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비거리는 무려 135m. 타석에서 담장까지 거리가 가장 멀기로 유명한 잠실구장이지만 타구는 담장을 여유 있게 넘어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강백호의 스타성에 환호한 미국 팬들. 그가 투수로도 150㎞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는 것, 프로 3년차라는 것 등까지 소개되며 향후 메이저리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까지 뻗어간다면 관심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K리그도 호재를 맞았다. 초기 투자금 10억 원을 들여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며 K리그의 한류화를 준비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0개국과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축구가 멈췄고 관심은 더욱 커져 K리그를 중계하는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호주 등 세계 36개국에 다다랐다.
만 41세 ‘리빙레전드’ 이동국(전북 현대)의 올 시즌 리그 1호골, 프리미어리거 출신 이청용(울산 현대)의 화려한 귀환 등도 주목 받을 만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 건 조재완의 원더골이었다.
조재완은 지난 10일 FC서울전 양 팀이 1-1로 맞선 후반 39분 김승대의 패스에 부드러운 턴에 이은 힐킥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믿기지 않는 골이었다. 스스로도 확신한 골일지 의심이 들 정도였지만 너무도 태연하게 세리머니를 하는 그의 반응은 더욱 놀라웠다. K리그 올해의 골은 물론이고 푸스카스상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볼 만한 작품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골 장면을 올린 K리그의 트위터 게시물을 ‘리트윗(다시 퍼가는 것)’하며 집중했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판은 “재빠른 힐킥으로 만든 위대한 골”, 브라질 매체 UOL에서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유사한 골”이라며 칭찬 릴레이에 가담했다. SNS를 통한 팬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이제 시작 단계일뿐이다. 이 같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장면들을 양산해야 선수들 스스로의 가치도, 리그의 품격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 야구와 축구 리그의 수준이 높다는 걸 알리는 것이 ‘K-스포츠’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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