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구마유시’ 이민형의 데뷔전은 놀라웠다. 하락세에 있던 T1을 이끌었다. 이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T1과 젠지 e스포츠는 9일 오후 5시 온라인을 통해 2020 롤 월드챔피언십 선발 최종전(5전3승제)을 치른다.
올 시즌 주춤했던 T1이지만 토너먼트의 강자답게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T1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다인 9회 우승은 물론이고 롤드컵에서도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T1은 14승 4패로 젠지와 동률을 이루고도 득실에서 밀려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드래곤X를 3-1로 제치고 결승에 향하더니 젠지에 3-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서머 스플릿에선 13승 5패,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더니 포스트시즌에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에 1-2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젠지와는 백중세를 이뤘다. 14승 4패로 3위로 마친 젠지지만 T1은 첫 경기 2-0으로 이겼다. 2번째 경기에선 0-2로 패하며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롤드컵 진출 티켓 마지막 한 장을 노리는 T1으로선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 있다. 그동안 많은 기대 속에도 잦은 논란의 중심에 서며 데뷔전을 미뤄왔던 원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의 존재다. 구마유시는 1세트부터 케이틀린을 픽해 계속되는 딜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3,4세트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진을 활용해 단단히 버티며 팀을 최종전에 올려놨다.
지난 7월 이후 출전이 없던 정글러 ‘엘림’ 최엘림도 맹활약했다. ‘커즈’ 문우찬과는 다른 스타일로 아프리카를 당황케 했다.
정점을 찍은 건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새로운 조합에도 팀을 든든히 이끌며 큰 무대에서 강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젠지로서 어떤 조합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젠지 또한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1경기만 이기면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LCK 서머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세트스코어를 2-1로 역전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서버 문제로 경기는 3시간 가까이 중단됐고 흐름을 빼앗겨 드래곤X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완벽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결국 손해를 본 건 젠지였다. 경험이 풍부한 T1을 맞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롤드컵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을 것이다.
강점은 ‘룰러’-‘라이프’로 구성된 봇 듀오다. 제 아무리 ‘구마유시’가 강하다고 해도 아직은 경험이 일천한 신인에 불과하다. 둘은 DRX전 막강한 ‘데프트’-‘케리아’ 조합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정글러 ‘클리드’의 기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잘할 때는 더할 나위 없지만 때로 ‘급발진’을 하며 흐름을 넘겨주는 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3세트를 따내는 팀은 담원 게이밍, 드래곤X와 함께 세계로 나간다. 최근 국제대회 부진으로 한껏 자존심을 구긴 LCK 팀들이다. T1과 젠지. 어떤 팀이 세계 무대에 한국 롤의 건재함을 알리는 데 선봉에 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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