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승격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서울 이랜드FC(이하 서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경기마다 크고 작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순위 상승 기회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운이라도 따라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텐데 하늘도 그들 편이 아니었다.
서울은 지난 12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19라운드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하 아산) 전에서 0-1로 패했다. 전반 35분 무야키치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계속해서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수비 저항이 거세 승부를 뒤집기란 어려웠다. 서울(승점 25)은 같은 날 경남과 비긴 전남(승점 26)에 5위 자리를 내주며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과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에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를 앞두고 4위 경남과 승점 차는 단 1에 불과했다. 올 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강등을 확정한 상주가 19라운드 승리로 스플릿A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올해 2부 리그 승격은 2팀으로 확정됐다. 4위까지만 올라서면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기에 이번 경기 승리로 4위 자리를 빼앗고 순탄한 승격 도전을 이어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서울은 ‘죽음의 원정 5연전’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왔다. 서울은 8월 2일 부천 전 홈 경기 이후 원정에서만 5경기를 치렀다. 8월 9일 전남 전을 시작으로 지난 6일 안양 전까지 원정 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홈으로 돌아온 서울에 달콤한 소식도 들려왔다. 오른쪽 윙백 이시영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 것. 최근 주전 선수로 출전한 고재현이 공격 과정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비 시에는 다소 불안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적임자론 이시영이 최적이었다.
여러 긍정적인 요소와 함께 의욕적으로 나선 서울이었으나 전반부터 계획이 틀어졌고 꼬이기 시작했다. 수비 실수와 예상치 못한 부상자 발생, 여기에 골대 불운까지 겹치며 전형적으로 ‘안 풀리는’ 경기에 고전했다.
우선 수비가 전반 초반부터 흔들리며 전반적인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주전 수비수 김진환 부상으로 오랜만에 김태현-이상민-김동권 수비 라인이 가동됐는데 안정감이 부족했다. 특히 3경기 만에 출전한 김동권이 유독 불안했다. 마킹 대상이었던 무야키치를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했고,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가하며 프리킥을 대거 내줬다.
그리고 전반 35분 선제 실점과 김형근 골키퍼 부상도 김동권 파울이 빌미가 됐다. 이재건이 크로스를 올릴 때 그가 무야키치를 자유롭게 놔뒀고, 뒤늦게 푸싱 파울이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무야키치가 김형근 골키퍼와 부딪혔다.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김형근은 그라운드에서 빠져야 했고, 서울은 전반 이른 시간 예상치 못한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김동권은 항의를 해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박성우도 수비 과정에서 클리어링을 미루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 지역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플레이가 필요했으나, 걷어내는 것이 한 박자씩 늦었다. 아산 오른쪽 날개를 책임진 박재우와 이재건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킥이 강점인 선수들이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오는 긴 패스를 박성우가 바운드 처리하고 걷어내려고 하니 박재우와 이재건에게 빠른 압박을 허용했고, 다급한 클리어링이 이어진 탓에 세컨드 볼 대부분이 아산 쪽으로 돌아갔다.
골키퍼 부상으로 인한 교체 카드 사용과 선제 실점, 그리고 수비 불안이 계속되자 공격마저 말썽을 부렸다.
사실 서울은 시즌 초부터 공격 문제점을 가장 크게 노출한 팀 중 하나였다. 중원에서 경기를 잘 풀고도 골 결정력에 애를 먹는 경기가 많았다. 지난 16라운드 수원 전에서는 흔히 말하는 ‘반코트’ 경기를 펼치고도 해결해야 할 때 득점이 터지지 않아 0-2로 졌고, 직전 라운드 안양 전에서도 유효 슈팅 10개를 때리고도 1-2로 패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공격수들 패턴 플레이까지는 원활했다. 레안드로가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는 수쿠타 파수를 보고 전진 패스를 지속해서 시도했고, 장윤호와 김민균 등도 중원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공격 지원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패스와 크로스하는 족족 상대 최종 수비 라인에 걸리며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공격이 이어졌다.
서울은 후반 곽성욱과 아르시치 투입으로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 짜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산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후반 22분 수쿠타 파수의 결정적인 헤딩 슛이 골대 위를 살짝 벗어났고, 심지어 후반 6분에는 레안드로 슛이 골대를 맞으며 불운의 끝을 보여줬다.
정정용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상대 수비 실수를 유도해 마무리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했다. 공격으로 전환됐을 때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했다. 주로 교체 카드로 변화를 가져가는 편인데 김형근 골키퍼가 다친 것이 아쉬웠다”며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한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의 이번 패배는 뼈아팠다.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으며 또 기회를 놓쳤다. 공·수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운이 너무나도 따라주지 않았던 탓에 답답한 경기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이제 남은 경기는 8경기에 불과하다. 2016년 창단 이후 첫 승격을 노리는 서울 입장에서 빠르게 반전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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