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 이가 없으면 입술에 의지한다. 서울 이랜드FC(이하 서울)에 가장 중요한 이 2개가 빠졌다. 하지만 위기 속 서울 입술은 강했다.
서울은 11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23라운드 부천FC1995(이하 부천) 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전반 19분 김진환 선제골에 이어 전반 24분과 후반 18분, 레안드로와 서재민 추가골이 터지며 완승을 거뒀다. 승점 34를 기록한 서울은 경쟁 팀인 경남, 전남(승점 33)을 뒤로하고 3위로 올라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서울은 경기를 앞두고 전력 누수가 있었다. 주전 수비수 이상민과 김태현이 2020 하나은행 컵 스페셜 매치 올림픽 대표로 차출돼 핵심 자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서울은 수비 시 스리백을 활용했기에 센터백 2명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김진환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장신 수비수 김수안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그래도 정정용 감독은 경기에 앞서 “2명이 빠지지만 다른 선수가 잘해줄 것이다. 우리 팀은 ‘원 팀’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승리 의지를 밝혔다. 또한 4위 탈환이 필요한 서울이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선 김동권-김진환-김수안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이 잘 버텨줘야 했다. 부천이 최근 9경기 무승을 달리는 동안 단 2득점에 불과할 만큼 공격력이 시원찮고, 중앙 미드필더 최재훈과 장윤호가 1차 방어 라인을 잡아준다면 충분히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 수비 라인은 경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인 컨트롤 실수가 반복되며 부천 공격진에 뒷공간을 노출했다. 전반 7분에는 실점에 가까운 장면을 허용하기도 했다. 부천이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윙백 서재민이 오프사이드 라인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강정묵 골키퍼가 조건규와 1대1 상황을 맞았다.
서울 수비는 빠른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부천 공격수들에게 잦은 슈팅을 내주는 것은 물론, 공격수 김민균과 레안드로도 수비 부담이 더해져 라인을 내려서는 모습이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서울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서울 수비는 공간 노출 최소화로 해결책을 찾았다. 전반 중반부터 선수들이 자기 위치를 잘 찾아갔다. 최후방 강정묵 골키퍼의 계속된 수비 위치 조정에 따라 스리백이 완벽한 공간 커버로 수비 블록을 쌓았다. 김진환이 라인을 깊게 내려 전체적인 수비 컨트롤을 담당했고, 김수안과 김동권은 상대 플레이메이커인 바비오를 꽁꽁 묶었다.
자신감을 찾은 서울 수비는 라인을 차츰 올리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선제골도 수비수 김진환 몫이었다. 이 장면에서도 센스 있는 위치 선정이 빛을 봤다. 전반 19분 코너킥 찬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김진환은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세컨드 볼이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득점에 성공했다.
시간이 갈수록 김동권-김진환-김수안 라인은 마치 난공불락과 같았다. 후반 초반 부천이 곽해성과 이정찬을 차례로 넣으며 공격 변화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들이 소통을 이어가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공·수 변화에 따라 전진과 후퇴가 원활하게 이뤄졌다. 스리백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계속되니 부천 공격은 중원 지역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큰 신장을 가진 김수안 공중볼 장악도 서울 수비에 있어 또 하나의 무기로 작용했다. 체격 조건이 좋은 바비오와 조건규가 최전방에서 싸워줬으나, 헤딩 커트로 부천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후반 중반부터 부천이 공격 고삐를 당기자 세트피스 허용이 늘어났는데 그 때마다 김수안이 박스 안에서 상대를 방어해냈다.
서울 스리백은 무실점 승리를 위해 몸을 내던졌다. 전반 종료 직전 김동권이 슬라이딩 태클로 빈 골문을 커버하는가 하면, 나머지 선수들도 후반 막판 상대 공세를 몸 사리지 않고 막아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37분 김수안을 빼고 최한솔을 투입해 마지막까지 수비 안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진환은 “빠진 선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분이 좋다”고 경기력에 흡족해했고, 정정용 감독도 “늘 새로운 수비진을 꾸리면 조직력이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수비 조직을 훈련했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전반 15분까지 흔들렸지만, 득점 이후 수비진이 살아났다. 개인 판단력이 중요한데 오늘 경기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출전한 세 선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서울 3-0 무실점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 효과를 냈다. 주전 수비수 2명이 빠졌으나, 대체 선수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고, 경쟁력을 갖추며 이후 경기에서 서울에 많은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서울의 입술’ 김동권-김진환-김수안은 잔여 경기에서 더욱 단단해질 예정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