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세대교체 흐름 속 이용규(35)도 예외일 수 없었다.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게 된 이용규는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는 6일 “선수 11명에 대해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팀 쇄신 작업을 위한다는 것.
11명 가운데 가장 놀라움을 자아내는 건 이용규다. 2019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2년간 FA 계약을 맺었던 한화는 1년 추가 옵션 선택권을 포기했다.
납득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리빌딩은 한화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작업이다. 언제라도 반드시 필요했던 일이다. 2018년 11년 만에 3위에 오르며 가을야구에 진출하긴 했지만 ‘반짝’하고 다시 순위표 상단에서 사라졌다. 한화는 꼴찌를 해도 놀라울 게 없는 팀이 됐다. 올 시즌 역시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화는 칼을 빼들었다. 이용규를 포함해 투수 윤규진, 안영명(이상 36), 김경태(29), 이현호(28), 포수 김창혁(29), 내야수 송광민(37), 김회성(35), 박재경(23), 외야수 최진행(35), 정문근(21) 등 총 11명과 작별을 고했다.
코치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1군 송진우 투수코치, 이양기 타격코치를 비롯해 퓨처스 김해님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 전형도 작전·주루코치, 육성군 장종훈 총괄, 재활군 구동우 코치 등 9명도 한화를 떠나게 됐다.
송광민, 최진행, 안영명, 윤규진 등은 한화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이지만 많은 나이와 함께 올 시즌 성적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한화의 결정에 충분히 수긍이 갈만하다.
다만 이용규는 조금 달랐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그는 120경기에 나서 타율 0.286 출루율 0.381로 톱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닐지라도 팀에서 최재훈(0.301) 다음으로 좋은 타율을 기록한 게 그였다.
효율성을 고려치 않을 수 없었다. 이용규의 올해 연봉은 4억 원. 김태균이 은퇴를 택했고 세대 교체를 선언한 한화에 1년 옵션은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이번 쇄신안은 코어 선수 육성을 위해 포지션 별 뎁스, 선수 개개인의 기량 분석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결정됐다”며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 모색, 새로운 강팀으로의 도약 실현을 위해 쇄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선은 이용규의 행보로 옮겨진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데뷔해 이듬해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뒤 이용규의 선수 인생은 제대로 시작했다. KIA의 핵심 타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빠른 발과 정교한 콘택트로 국가대표 톱타자로 거듭났다. 끈질기게 파울로 걷어내는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행동은 ‘용규놀이’라 명명됐다. 그만큼 투수들에겐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였다.
2014년 FA 자격을 취득해 4년 총액 67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맹활약했다. 2018년엔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끈 뒤 2+1년 최대 26억 원에 잔류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정근우에게 주전 중견수를 맡기려는 한용덕 전 감독의 결정에 시즌 준비기간 중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나섰다. FA 계약을 맺은 직후라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결국 ‘괘씸죄’로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개인 훈련에 매진하던 이용규는 9월에서야 1군에 콜업됐고 선수단과 코치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그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한화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통산 타율 0.301은 그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떨어진 타율과 스피드, 수비 능력 등으로 인해 타 구단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기출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주전경쟁도 감수할 수 있다면 외야 자원 이용규의 가치는 여전히 작지 않다. 다만 지금 수준의 몸값으로는 새 팀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구단과 크게 마찰을 일으켰던 것도 타 팀들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몸값을 대폭 낮추지 않고서는 현역 생활 연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 시즌은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10개 구단들 모두 어느 때보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더욱 추워질 스토브리그. 이용규 또한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