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번 넘어지고 8번째 일어설 준비를 하는 오뚝이. 허정협(31·키움 히어로즈)이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있다.
허정협은 11일 서울시 영등포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프로야구 연습경기에서 팀이 7회 대타로 투입돼 솔로 홈런을 날리는 등 팀의 7-5 승리를 도왔다.
프로 데뷔 후 7시즌 동안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그에게 올 시즌은 유독 중요하다. 국가대표 중견수 출신 이용규가 합류했고 외야 경쟁이 더욱 험난해 질 전망이기 때문. 그래서일까. 허정협은 더욱 힘을 냈다.
2015년 육성선수로 팀에 합류한 허정협은 2017년 제한적인 출전 환경 속에서도 홈런 9개를 날리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크게 발전하지 못하던 허정협은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며 타율 0.268 10홈런 43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주전급 성적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지만 장타력을 앞세워 팀에 확실한 보탬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더욱 칼을 갈았다. 기존 이정후, 박준태 등은 물론이고 이용규와 임지열, 박주홍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7회 대타로 나선 허정협은 첫 타석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후속 타자들의 안타로 홈을 밟더니 8회말 박치국의 공을 통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홍원기 감독은 “오늘 타자들의 타구 질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김웅빈의 강한 타구 생산도 인상적이었다”며 “허정협의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겨우내 흘린 뜨거운 땀방울의 산물이었다. 허정협은 “유리한 상황이라 빠른공에 포커스 맞춰 스윙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도 “내 위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타를 치지 못하면 나란 선수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시즌 기간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허정협이다. 그는 “지난번 비법을 공개했다가 코치님께 ‘왜 영업비밀이을 공개하냐’고 혼났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다이어트도 열심히하며 경기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신경 썼다. 체중은 5㎏, 체지방도 3㎏ 뺐다. 빠졌다.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캠프 동안 몸 관리 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험난해진 경쟁에도 긍정적이다. “(이)용규 형이 와서 더 좋다. 같은 외야수로서 경쟁을 하겠지만 그걸 떠나서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형으로서, 선배로서 배워가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단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외야수 유일한 우타자라는 이점도 있다. 부담 없이 시즌을 준비한다. “그 전엔 잘된다는 생각보단 준비한 것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결과가 잘 나와서 준비를 잘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끌려가던 키움은 허정협과 이병규, 박준태, 박주홍 등 외야자원들의 맹타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허정협 또한 새로 지휘봉을 잡은 홍원기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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