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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천적' 양키스전 의미 있는 스타트 [MLB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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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천적' 양키스전 의미 있는 스타트 [MLB 개막]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4.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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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천적'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의미 있는 개막전을 치렀다.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시속 160㎞ 강속구를 뿌리는 게릿 콜(31)과 개막전 선발 맞대결에서 호투, 투수전을 벌였다. 판정은 무승부. 의미 있는 스타트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양키스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4안타를 내주고 2실점 했다. 삼진 5개를 잡았고, 사사구는 한 개만 허용했다. 공 92개를 던진 뒤 물러났고, 팀은 연장 접전 끝에 3-2 승리를 챙겼다.

한국인 최초로 3년 연속 MLB 개막전 마운드에 선발 등판했다. 처음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나선 지난해 탬파베이 레이스와 개막전에서 4⅔이닝 4피안타 3실점을 남긴 채 승리투수 여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내려왔던 것과 비교하면 천적을 맞아 좋은 피칭을 벌인 터라 올 시즌 전망을 밝힌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양키스전에 통산 4차례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ERA·방어율) 6.04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양키스만 만나면 고전했다. 이제는 2경기 연속 공포증을 이겨내는 데 성공했다.

류현진이 2021시즌 개막전에서도 어김 없이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호투했다. [사진=AP/연합뉴스]

섭씨 6도 쌀쌀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든 구종을 정교하게 투구했다는 평가다.

MLB 전문가들이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후보 1순위로 꼽는 콜과 첫 선발 맞대결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콜도 이날 홈런 한 방을 맞고 5⅓이닝 5피안타 2실점 했다. 콜은 최고구속 시속 160㎞ 빠른 공을 던지며 삼진 8개를 잡았지만 볼넷은 2개로 류현진보다 많았다.

류현진은 1회를 삼진 2개, 땅볼 1개로 막았다. 특히 에런 저지, 에런 힉스 등 강타자들과 맞대결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과감하게 직구로 승부를 본 게 주효했다.

하지만 2회 실투가 나왔다. 1사 후 글레이버 토레스에 빗맞은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히오 우르셸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2사 1루를 만들었다. 이어진 타자 게리 산체스에 초구 시속 147㎞ 직구를 던졌는데, 가운데 몰렸다. 산체스가 투런 홈런을 쳐냈다.

피홈런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류현진은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2회 2사 후 제이 브루스부터 5회 산체스까지 9타자 연속 범타 처리했다. 3회 클린트 프레이저와 DJ 르메이휴, 저지를 모두 내야 땅볼 처리했다.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 4회에도 힉스와 토레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과 게릿 콜 투구내용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5회 2사 후 브루스에 볼넷을 허용하고, 후속 타자 프레이저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내줘 1, 2루에 몰렸다. 하지만 동요하지 않고 르메이휴를 2루 땅볼로 제압하며 이닝을 끝냈다. 6회에도 첫 타자 저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힉스를 3루 땅볼로 유도해 2루 진루를 막았다.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경기 뒤 화상 인터뷰에서 "경기를 시작하기 전 많이 공부하고, 당일 가장 좋은 공을 주로 던진다"며 "오늘은 체인지업과 커터(컷 패스트볼)가 가장 좋아 섞어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야구통계전문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날 체인지업 33개(36%), 커터 26개(28%), 직구 25개(27%), 커브 7개(8%), 슬라이더 1개(1%)를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8㎞.

1-0으로 앞선 2회말 산체스에게 허용한 역전 투런포에는 아쉬워했다. "팀 타선이 선취점을 뽑았는데, 그 이닝에 역전 점수를 내줬다.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그 장면을 빼면 대체로 좋았다. 오늘은 모든 선수가 잘했다"고 돌아봤다.

첫 등판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날 류현진은 꽤 긴 이닝을 잘 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이 없던) 2018년, 2019년과 똑같이 시즌을 준비했다. 순조롭게 스프링캠프를 치렀다"며 "오늘 공 92개를 던졌는데,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공 80∼90개를 던지면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지난해보다 생산력 있었다"고 스스로 몸 상태와 구위에 만족을 표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개막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피칭으로 토론토 마운드를 지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19시즌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2위에 오른 뒤 2020시즌 앞서 4년 연봉 총액 8000만 달러(903억 원)에 토론토에 입단한 류현진은 이미 팀 리더로 자리 잡았다. 그는 개막전 승리를 기뻐하며, 팀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내·외야 모두 열심히 훈련했다. 오늘 야수 수비는 100점이다. 좋은 플레이만 나왔다"며 "불펜진도 만점이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수비하는) 연장 10회말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줄리언 메리웨더가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았다. 중간 계투진 공이 힘 있고 좋았다"고 흐뭇해했다.

원정이긴 했지만 모처럼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진 것도 류현진에게 힘이 됐다. 류현진은 지난해 내내 관중석이 텅 빈 야구장에서 투구했다. 양키스는 홈구장 최대 수용인원 20%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했고, 이날 1만850명이 방문했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후 처음 관중 앞에서 경기했다.

류현진은 "꽉 찬 경기장은 아니었지만, 팬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았다"며 "빨리 야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서, 더 활기찬 분위기에서 던지고 싶다"고 했다. 토론토는 6∼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방문 3연전을 치른다. 텍사스는 관중 100% 입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선발 로테이션 상 류현진이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정이다.

류현진이 첫 등판 내용에 만족감을 표했다. [사진=MLB 프레스박스 화상 인터뷰 캡처/연합뉴스]

현지 매체들도 류현진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토론토 지역지 토론토선은 "좌완 류현진의 견고한 출발이 승리 발판"이라며 "AL 사이영상 톱4 중 2명이 대조적인 투구 스타일로 쇼를 펼쳤다. 류현진이 정교한 기교로 콜의 힘에 맞섰다"고 평가했다.

류현진과 같은 해 FA로 나온 콜은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3657억 원)에 양키스에 둥지를 틀며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 평가는 류현진이 더 좋았다. 2020년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류현진은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어 3위, 콜은 4위를 차지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은 "류현진은 굉장했다. 5⅓이닝이 끝날 때는 지쳐 보였지만, 투구가 날카로웠다"며 "산체스에 내준 2점 홈런이 옥에 티지만,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7월 31일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나선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도 4⅓이닝 9피안타 5실점 해 패전 멍에를 썼다. 이후 10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채웠지만 시즌 출발이 아쉬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류현진은 "올해는 첫 경기부터 잘 준비된 상태에서 마운드에 서겠다"며 각오를 다졌는데, 개막전부터 공 90개를 뿌리고도 힘이 떨어지지 않아 출발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날 류현진 경기는 스포츠전문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와 TV 채널 스포티비 프라임(SPOTV Prime)에서 독점 생중계됐다. 앞으로도 유료 채널에서만 시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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