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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전자랜드-폭력 논란 모비스, 너무 다른 패자 뒷모습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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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전자랜드-폭력 논란 모비스, 너무 다른 패자 뒷모습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4.3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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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게 된 팀은 안양 KGC인삼공사와 전주 KCC였다. 그러나 정작 더 주목을 받은 건 패자였다. 다만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KCC는 29일 전라북도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75-67로 꺾고 3승 2패, 챔프전에 진출했다.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시즌에 나섰던 코끼리 군단의 행보도 마무리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9일 4강 PO 5차전 패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김낙현(가운데)과 위로하는 정효근. [사진=KBL 제공]

 

2003년 출범 후 줄곧 재정난을 겪었던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시즌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KBL에 전달했다. 유도훈 감독과 선수들은 끝을 알고 시즌을 시작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인생을 걸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만큼 올 시즌 전자랜드는 간절했다.

강상재는 군 입대했고 김지완은 자유계약선수(FA)로 KCC 유니폼을 입었는데, 팀 샐러리캡은 전체 25억 원 중 60% 가량인 15억 원으로 가장 적게 활용했다.

외국인 선수가 부진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선전 속 5위로 6강 PO에 진출했다. 4위 고양 오리온을 3승 1패로 잡고 4강 진출. 상대는 정규리그 1위이자 역대 봄 농구에서 3차례 전자랜드를 울렸던 KCC. 절대 열세가 예상됐다.

원정에서 1,2차전을 내준 전자랜드는 홈팬들 앞에서 힘을 냈다. 혼신의 수비를 펼쳤고 부상 중인 선수들도 투혼을 보여줬다. 베테랑들은 솔선수범했다. 뒤늦게 합류한 외국인 조나단 모트리는 김낙현과 함께 득점을 쓸어담았다. 상대 에이스 송교창의 복귀 속에도 2승 2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시 찾은 전주 원정. 출발은 좋았다. 모트리가 1쿼터에만 3점슛 4개를 터뜨리는 등 초반 24-13으로 11점 차 리드를 잡기도 했다.

유도훈 감독은 "많이 흔들렸을 텐데 참고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선수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KCC 또한 만만치 않았다. 특히 김지완이 친정팀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2쿼터 중반 이후로는 KCC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4쿼터 막판까지 끈질긴 추격을 했지만 쫓아갈때마다 달아나는 KCC의 공격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부족한 재정 속 선수들의 허망한 실수가 쏟아지며 ‘개그랜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유도훈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끈질긴 팀 컬러를 구축하며 봄 농구 단골 진출팀으로 걷브났다. 2018~2019시즌엔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유도훈 감독은 “선수들이 (구단 운영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선수와 농구인의 본분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말씀 드린다”며 “많이 흔들렸을 텐데 참고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주장 정영삼과 박찬희, 차바위 등 고참들이 후배들과 분위기를 잡아가려는 모습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하며 냉정함을 유지했던 유 감독이지만 이날 만큼은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다. “선수들과 정상을 못 밟은 게 죄송하고 내 자신에게도 많이 힘든 상황”는 그는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다. 강팀을 넘어서 또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농구 인생에서 중요한 경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경기장을 찾은 KCC 홈팬들이나 적장에게도 감동적이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창진 KCC 감독은 “정규 시즌 후반부 전자랜드하고만 PO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KBL에 돌아왔는데 유 감독이 살갑게 대하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장면이 너무 싫었다. 결국 붙어서 이런 상황이 됐는데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웃지 못했다.

전창진 KCC 감독(왼쪽에서 4번째)은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선전한 유 감독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며 격려를 보냈다. [사진=KBL 제공]

 

이어 “유 감독이 결국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줬다”며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선전한 유 감독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고 전했다.

친정팀을 쓰러뜨린 김지완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오늘 경기하면서 많은 감정이 들었다. 지난해까지 전자랜드에 속해 있다가 우연찮게 맞붙게 됐다”며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인데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여전한 애정을 나타냈다.

전자랜드는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지난달 초 마감된 인수 의향서 접수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KBL은 전자랜드 구단 매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랜드로선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새로운 구단으로 전자랜드 정신을 이어갈 전망이다.

또 다른 4강 PO 패자 울산 현대모비스는 전혀 다른 이슈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강에 직행하고도 지난 26일 KGC인삼공사에 3연패로 시즌을 마감한 뒤 가진 저녁 식사 자리가 문제가 됐다.

3차전 패배 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숙소로 돌아온 선수단은 식사와 함께 술을 곁들였는데, 이 자리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충돌했다. 이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고참 A가 후배 4명을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술에 취한 A에게 맞은 B는 안와골절 진단을 받기까지 했다.

현대모비스는 4강 PO 3연패 탈락 후 가진 술자리에서 폭행 논란에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KBL 제공]

 

김진환 단장과 유재학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선수단이 곧바로 휴가를 떠나 구단 자체적인 상황 파악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전반에서 폭행 문화 근절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다. 구내식당이라고는 해도 단체로 회식을 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고양 오리온은 체육관 내 사무실에서 코치진과 직원 일부가 술자리를 가져 KBL의 엄중경고와 제재금 200만 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사과문을 내고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팬 여러분과 프로농구를 아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해당 선수는 KBL의 상벌위원회의 의사결정에 성실하게 따를 예정이며 구단도 KBL의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KBL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재정위원회를 열고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시즌 마지막 축제인 챔프전을 앞두고 관심을 더 키우는 전자랜드의 감동적인 장면과 찬물을 끼얹는 현대모비스의 논란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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