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무실점 행진은 끊겼지만 7월 전승과 함께 이달의 투수상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 호투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첫 승 이후 2승을 거두기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했으나 최근 5연승, 7월 4경기 전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빅리그에 입성한 김광현은 시즌 준비 과정과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혼란 속에서 유독 힘겨운 첫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신인왕급 성적을 써냈다.
큰 기대감을 안고 돌입한 두 번째 시즌. 초반엔 쉽지 않았다. 준수한 투구에도 마이크 실트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지 못했다. 5이닝까지 아웃 카운트를 몇 개만 남기고 강판되는 일도 적지 않았다. 4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승리 없이 패배만 쌓였다.
7월 완벽한 반등을 이뤄냈다. 이날 전까지 2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양대 리그 통합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만 13이닝 무실점 호투쇼를 펼쳤다. 좌투수에도 유독 강한 타선도 김광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 18일 샌프란시스코전을 앞두고는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까지 초대했는데,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큰 힘이 됐고 이 덕분인지 제구도 더 안정됐다. 올 시즌 장착한 체인지업 또한 큰 효과를 봤다.
김광현은 이달의 투수상 유력후보로 꼽혔다. 이날 투구는 무실점 기록 연장과 이달의 투수상 수상을 위해서도 중요했다.
1회초 탈삼진을 곁들여 10구 만에 이닝을 마무리한 김광현은 타선의 지원 속에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무실점 기록은 24이닝으로 늘었다.
4회가 아쉬웠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지만 위즈덤에게 볼넷을 내준 게 화근이 됐다. 하비에르 바에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고 2사 1,2루에서 매리스닉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부담을 털어놓은 걸까. 김광현은 흔들리지 않고 5,6회를 깔끔히 막아냈다. 투구수는 단 84개. 효율적 피칭에도 실트 감독은 김광현을 내려보내며 관리를 했다.
박찬호(33이닝·은퇴), 류현진(32이닝·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이어 한국인 메이저리거 3번째 최장 이닝 무실점 기록을 써낸 김광현은 불펜진이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6승(5패) 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은 2.87에서 2.88로 잘 지켜냈다. 현지기준으로 이날은 김광현의 33번째 생일. 기쁨은 배가 됐다.
팀에도 소중한 호투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날 승리로 48승 48패,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를 지켰다. 4위 컵스와는 1경기 차로 벌렸다.
7월 4경기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낸 김광현은 이달 ERA 0.72 이닝당 출루허용(WHIP) 0.76, 피안타율 0.153으로 단연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박찬호(1998년 7월), 류현진(2019년 5월)에 이어 김광현이 또 한 번 한국인으로서 이달의 투수에 선정될 수 있을지 관심을 자아낸다. 류현진은 2019년 5월 당시 6경기 5승 ERA 0.59로 영예를 차지했다. 김광현도 결코 뒤처지지 않기에 기대감을 자아낸다.
김광현은 다음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방문경기 혹은 미네소타 트윈스와 홈경기에 이달 마지막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이달의 투수상 수상을 확정짓기 위해선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는 호투가 필요하다. 김광현의 매서운 손 끝에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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