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도류 성공시대’를 연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야구 역사를 새로 쓰며 2021년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들었다.
오타니는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AP통신이 꼽은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됐다. AP는 “오타니는 올해 투수와 타자로 활약하며 현대 야구를 재정립했다”며 “베이브 루스 이후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투타 겸업을 해내면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인 중 누구도 없었던 최초의 수상. 그만큼 오타니가 올 한 해 야구계에 남긴 임팩트는 상당했다.
시속 160㎞에 달하는 광속구를 뿌리는 홈런타자. 큰 기대와 달리 2018년 투수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부상 등으로 인해 2019년은 통째로 건너 뛰어야 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
그러나 올해는 투수로 23경기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ERA) 3.18을 기록했다. 삼진도 156개나 잡아냈다.
놀라운 건 타자를 겸업하며 거둔 성적이라는 점.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96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965. 홈런은 48홈런을 날린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이어 3위에 등극했고 도루도 25개나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의 ‘끝판왕’임을 증명했다.
전 세계 야구계와 팬들은 열광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일을 현실화시켰기 때문. 미국에선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18년 베이브 루스의 13승 11홈런 이후 이렇다 할 투타 겸업 선수가 없었다. 10승까진 아쉽게 1승이 부족했으나 임팩트는 전설을 넘어섰다.
조 매든 LA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는 평생 우리가 보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오타니는 다른 게임을 했다”고 했고 마이크 트라웃도 “가끔은 내가 리틀리그로 돌아간 것 같다”며 감탄했을 정도.
오타니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MLB에도 흥행열풍을 일으켰다. 시즌 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선정하는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오타니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1위표를 싹쓸이 해 역대 11번째 만장일치 수상 영예를 이뤘다. 일본인 가운데는 2001년 이치로에 이어 두 번째.
선수들의 지지도 압도적이었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도 오타니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MLB 커미셔너 특별상, 베이스볼아메리카 올해의 선수상 등 각종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이치로마저도 넘어섰다. AP는 1931년부터 매년 올해의 남녀 스포츠 선수를 한 명씩 선정하는데, 여자 선수 가운데선 1998년 ‘골프계 전설’ 박세리가 이 상을 받았고 그동안 3명의 아시아 선수가 이름을 올렸으나 남자 선수 중엔 오타니가 아시아 최초다. 종목을 통틀어 수상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국적을 갖지 않은 선수 가운데서도 7번째에 불과하다.
AP는 “오타니는 현대 야구를 놀랍게 재정의했다”며 “2021년 세계는 오타니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이것이 AP가 투타겸업 슈퍼스타 오타니를 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팬들이 동의했다. 오타니는 부드러운 말투와 스포츠에만 집중하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야구가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아이콘이 됐다. 게임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었다”고 극찬했다.
오타니는 캘리포니아주 지역지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25인에도 포함됐다. 현역 메이저리거로는 유일했다. “오타니의 유일한 비교 대상은 100년 전 MLB를 지배했던 전설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미국 스포팅 뉴스는 ‘스포츠 사상 최고 시즌 TOP 10’에도 오타니를 선정했다. 각 종목별 스타 중에서도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이들을 선정한 것인데 미국프로농구(NBA) 득점기계 윌트 체임벌린(1961~1962), 북미아이스하키(NHL) 최초 영구결번 웨인 그레츠키(1981~1982),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2000),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1991~1992)들의 가장 강력했던 한 시즌이 순위권에 꼽혔는데 오타니는 이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타니의 2021년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를 방증한다.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오타니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시초 빌 제임스가 발간한 핸드북의 표지모델을 장식했는데, 핸드북은 특집 칼럼을 통해 오타니가 2022시즌 타율은 0.248로 다소 내려설 것이라면서도 40홈런을 때려내 홈런왕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타니에게 2021년은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만들어낸 기적 같은 한 해였다. 이제 관심은 ‘반짝’이 아니라 이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로 쏠린다. 오타니의 2022년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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