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투수 교체 타이밍엔 절대적인 답이 없다. 다소 무리한 것처럼 보여도 위기를 막아내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고 수긍이 가는 교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패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늘 평가가 끊이지 않는 게 감독들의 마운드 운영이다. 홍원기(49)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이날 결정도 그랬다. 20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팀이 2-1로 앞선 5회말.
2⅔이닝을 소화한 두 번재 투수 한현희는 한 타순을 돈 뒤 배정대를 맞이했다. 홍 감독은 한현희를 밀어붙였고 결과는 너무도 뼈아팠다.
역대 준PO에서 1승 1패를 이룬 뒤 3차전을 이긴 팀은 모두 PO에 진출했다. 매우 유리한 상황 속 4차전을 맞이한 키움은 어떻게든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치겠다는 생각이었다. 5차전까지 가면 PO에 나서더라도 하루 휴식 후 LG 트윈스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이기면 꿀 같은 사흘 휴식을 챙길 수 있었다.
홍 감독은 4차전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올 시즌 리그 최고 투수인 안우진까지도 대기시키겠다며 빠른 마운드 운영을 예고했다. 안우진은 지난 16일 KT와 1차전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88구를 던지며 무실점 호투했다. 사흘만 쉬었으나 확실히 승기를 잡으면 안우진 카드를 꺼내서라도 승부를 마무리짓겠다는 계산이었다.
선발 임무를 맡긴 정찬헌은 2회까지 키움 타선을 잘 막아냈다. 그러나 이미 한 타순이 돈 상황에서 홍 감독은 다시 정찬헌을 올리는 것은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빠른 판단으로 한현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한현희는 선두 타자 강백호에게 대형 홈런을 맞았음에도 5회 2사까지 한현희는 무실점 호투했다. 여기까진 성공적으로 보였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준 한현희. 그러나 순리상으론 교체해야 할 타이밍으로 보였다. 이미 36구를 던졌고 두 번째 상대하는 타자이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앞서 선발 정찬헌도 2이닝, 30구 만에 교체한 터였기에 벤치가 움직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키움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추론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컨디션이 좋았고 다음 이닝까지 아웃카운트가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한현희에게 맡기고 싶었을 법하다.
다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배정대는 노림수를 갖고 나온 듯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했고 2루에 안착했다. 전 타석 홈런을 날린 강백호는 자동 고의4구. 2사 1,2루였으나 역시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보였다. 시즌 맞대결에서도 3타수 2안타로 한현희에게 강했던 앤서니 알포드 타석이었다.
그러나 키움은 다시 한 번 한현희로 밀어붙였고 뼈아픈 동점 적시타라는 결과를 맞았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 타석에서 알포드가 타이밍이 안 좋은 것 같아 거기까진 깔끔히 막으면 6회부터 다른 투수를 올릴 생각했다“며 아쉬워했다.
2-2 2사 1,3루가 된 뒤에야 최원태에게 공을 넘겼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타자는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전 타석까지 이번 시리즈 타율 0.417로 KT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박병호. 최원태도 박병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이미 분위기는 완전히 KT로 넘어갔다. 6회 2점, 7회 3점, 8회에도 1점을 더 내줬고 결국 6-9 패배.
투수 교체를 평가하는 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빠른 움직임을 강조했던 홍 감독이기에 한현희를 밀어붙인 5회말 ‘한 수’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만약 5회 투수 교체로 점수를 주지 않고 이닝을 마쳤다면 이후엔 안우진이 키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 뒤엔 이승호와 김재웅 등도 있었다. 빠른 판단으로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겠다고 다짐했던 홍 감독이기에 한순간의 판단 실수가 더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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