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야구는 오래 이길 필요 없다. 마지막에만 이기면 된다.”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대회 한국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경기 내내 끌려가다가 9회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승리를 거두자 안경현 해설위원이 남겼던 말이다. 야구 팬들은 ‘야오이마이’라며 이를 야구계 명언록으로 올렸다. 이후 한국은 결승에서도 승리하며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승리 팀엔 가장 짜릿하고 패배 팀엔 이보다 허탈할 수 없는 게 끝내기다. SSG 랜더스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9회말 김강민의 끝내기 투런포로 5-4 승리를 거뒀다.
키움으로선 또 한 번 아픈 역사가 되풀이됐다. 3번째 진출한 KS에선 반드시 우승을 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분위기는 SSG에 많이 기울어 있는 모양새다.
키움으로선 1패 이상의 충격이다. 1차전 물집이 터지며 조기 강판됐던 ‘가을 특급’ 안우진이 기적 같이 돌아왔고 6이닝 호투를 펼쳤으나 초반부터 잡은 리드를 끝내 지키지 못했다.
1,2회 손쉽게 3점을 냈고 6회 1점을 추가한 키움. 8회말 최정에게 투런포를 내줄 때까지만 해도 설마 경기가 뒤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9회만 지켜내면 됐다. 그러나 9회 마운드에 오른 최원태는 박성한을 볼넷, 최주환에게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타석엔 김강민. 1차전에도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던 베테랑은 최원태를 공략해 경기를 마무리짓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3시간 13분을 앞서가다 단 1분 만에 졌으니 이보다 허탈할 수가 없다. 기억하기 싫은 과거 사례와 닮았다. 2014년 처음 KS 무대를 밟은 넥센(키움 전신)은 2승 2패에서 맞은 5차전 1-0 리드를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에도 헨리 소사가 6⅓이닝 111구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9회말 마운드엔 믿음직한 마무리 손승락이 올랐다. 하지만 최형우(KIA 타이거즈)에게 2타점 끝내기 2루타를 내줬고 넥센은 6차전마저 대패하며 삼성 우승 세리머니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봐야 했다.
2019년에도 끝내기에 울었다. 1차전 초반 점수를 내주고 끈질기게 따라갔으나 9회 오주원이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승리를 빼앗겼다. 2차전엔 이승호의 5⅓이닝 2실점 호투 속 7회까지 5-2 리드를 지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듯 했다. 8회 1점을 내주고도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으나 9회 오주원이 흔들렸고 한현희가 박건우(NC 다이노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기세가 꺾인 키움은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그만큼 끝내기 승부는 보통의 1승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가장 극적으로 승리를 챙긴 SSG는 기세가 오를대로 올랐다. SSG는 5차전 개시 전 김원형 감독과 계약 연장 소식을 발표했고 베테랑들의 동반 활약 속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기며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6차전에서 샴페인을 터뜨리겠다는 생각 뿐이다.
와이어 투 와이어(초반부터 선두를 내주지 않는 것) 우승으로 KS에 선착해 있던 SSG는 1차전패배로 우승 확률 76.3%(29/38)를 키움에 내줬으나 윌머 폰트의 7이닝 1실점 완벽투로 2차전을 잡아냈고 1승 1패에서 3차전까지 가져오며 확률을 88.2%(15/17)로 뒤집었다. 2승 2패에서 5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7.8%(7/9).
확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날 선발 맞대결은 2차전과 같다. SSG가 올 시즌 키움에 4경기 1승 평균자책점(ERA) 0.62, 2차전에도 승리를 챙긴 폰트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반면 SSG전 6경기 1패 ERA 5.27로 약했던 타일러 애플러는 2차전에서도 5이닝 5실점으로 우려를 뒤집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
더구나 불펜의 힘에서도 SSG가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시즌 막판 뒷문이 흔들렸으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SSG와 달리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에서 9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키움 불펜은 불안불안하다. PO까지 든든했던 김재웅과 김동혁, 최원태가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SSG는 조심스레 6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다. 키움은 끝내기 트라우마를 털어내고 어떻게든 7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겠다는 각오다. 최대 2경기. 여러모로 SSG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키움 선수들의 마지막 불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