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MLB)에서 늘 팬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투수였다.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리그 최초로 신인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 오르면서 차세대 에이스의 서막을 알렸다.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204삼진을 기록했다. 첫해부터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5년 차였던 2010년 5월11일에는 청주 LG 트윈스전에서 삼진 17개를 잡아내며 최동원(1983년), 선동열(1992년), 이대진(1998년·이상 16개)이 기록한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깨뜨렸다. 그해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1.82(16승4패)로 리그를 호령했다. 한화에서 류현진만 잘 던진다고 해서 ‘소년 가장’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 이때 이후 12년 동안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시즌을 끝낸 투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13년 LA 다저스 입단 후에도 류현진은 놀라운 투수였다.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면서 팀의 주축을 활약했다. 그의 선발 로테이션 앞에는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잭 그레인키(캔자스시티 로열스) 같은 MLB에서 손에 꼽는 투수들이 있을 뿐이었다.
MLB에서 선발로 꾸준히 뛴 역대 한국인 투수로는 박찬호(50)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 서재응(46) KIA 타이거즈 투수 코치 등 몇 없었다.
류현진은 MLB 한국인 최초 기록도 몇 차례 세웠다.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에 선발로 등판했다. 2019년에는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나섰다. 그해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2020년 토론토 블루레이스 이적 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한 시즌 14승만 4번 기록하며 MLB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다.
늘 류현진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 또 부상이었다. 어깨가 말썽이었다. 2015년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6년에는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1경기만 나서고 수술대에 올랐다. 2022년 6월에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 존 수술·팔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도 류현진은 늘 맑은 미소와 안정된 실력으로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수술 이후 14개월 만인 지난 2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9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이닝을 소화하며 희망을 안겼다.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는 4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했다. 4회 2사 1루에서 클리블랜드 오스카 곤살레스가 친 시속 157,2㎞의 강한 타구에 오른쪽 무릎 안쪽을 맞아 아쉬움을 삼켰다. 다행히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대로 1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5이닝 동안 2피안타 3삼진 2볼넷 2실점(비자책) 호투했다. 류현진은 팀이 8-2로 크게 앞서고 있던 5회까지 공을 던졌다. 팀이 11-4로 컵스를 꺾으며 마침내 부상 복귀 후 첫 승을 올렸다.
지난해 5월27일 LA 에인절스 이후 444일 만의 ‘1승’이었다.
류현진의 이날 고비는 1회였다. 1사 1루에서 토론토 1루수 브랜던 벨트의 포구 실책으로 위기를 맞았다. 2사 1, 2루에서 댄스비 스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벨트의 실책 때문에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류현진은 2~5회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순항했다.
이날 총 투구 수는 86개였고 이 중 스트라이크는 53개였다. 직구가 40개로 가장 많았고 최고 시속은 91.1마일(약 147km)였다. 앞선 2경기(볼티모어전 146.4km·클리블랜드전 145.9km)보다 조금 빨랐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24개 던졌다. 삼진 3개 모두 체인지업으로 잡았다.
5회를 마치고 류현진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악수하고 포옹을 하며 만족스러워했다. 평균자책점은 4.00에서 2.57로 크게 떨어졌다.
토론토 선은 “팀에 무척이나 필요했던 투구를 류현진이 해냈다”며 “컵스를 상대로 확인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의 투구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계속 더 나은 진전을 보여주는 게 더욱 필수”라고 했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MLB 한국인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했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를 36세 4개월 20일에 기록했다. 종전 최고령 기록은 박찬호 특별고문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인 2009년 5월13일 다저스를 상대로 거둔 35세 10개월 13일이었다.
존 슈나이더(43)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의 이날 활약에 대해 “매우 놀랍다”며 “류현진의 (부상 후) 3경기는 그가 부상을 당하기 전에 보여준 모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다. (호투가) 쉬운 게 아닌데 그는 쉽게 보이게 한다”고 했다.
데이브 로스(46) 컵스 감독은 “류현진의 구속이 원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던질 수 있다”며 “체인지업은 매우 파괴적”이라고 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76승(46패 1세이브)째를 거뒀다. MLB 통산 100승을 향한 시계도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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