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여자농구에 어머니에 이어 딸도 프로선수가 되는 ‘모전여전’이 탄생했다.
4일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선입 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청주 KB 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포워드 고현지(18)는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조문주(59) 전 삼천포여고 코치의 셋째 딸이다.
고현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조문주 전 코치가 드리블과 슛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고현지는 수피아여고 2학년 때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여고부 MVP(최우수선수)에 뽑힐 정도로 활약이 컸다. 지난해 FIBA(국제농구연맹) U-17(17세 이하) 여자농구 월드컵과 FIBA U-18(18세 이하)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뛰었다.
고현지는 이날 선발회에 앞서 오전에 열린 신체 능력 측정에서 윙스팬(팔을 벌린 길이) 187㎝, 맥스 버티컬(도움닫기) 점프 73.4cm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맥스 버티컬 점프 리치(손끝 높이)는 303.4㎝로 WKBL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고현지가 KB에 입단하면서 모녀가 같은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조문주 전 코치는 1984년 서울 성덕여상을 졸업하고 실업팀인 국민은행에서 뛰었다. 당시 신기화, 박현숙, 이강희 등과 뛰며 삼성생명과 라이벌전을 벌이며 여자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180cm의 장신으로 ‘큰 까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9년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19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1년에는 농구대잔치 통산 1500리바운드를 넘어섰다.
조문주 전 코치는 박사학위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2년 성신여대 체육학과에 입학했고 플레잉코치로도 뛰면서 후배 양성에 공을 들였다. 성신여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숙명여대 대학원 체육학과로 학업을 이어 나갔다.
2007년 ‘여자농구선수의 유ㆍ무산소성 운동능력 평가를 위한 필드테스트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이학박사 논문을 제출해 통과돼 박사과정까지 끝냈다. 성신여대에서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했고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여자농구 감독, 방송사 해설위원 등을 거쳤다.
고현지는 “1순위로 KB에 오게 돼서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KB에 오기 위해 액땜을 한 것 같다”며 “팀에 빨리 적응해서 엄마처럼 팀에 도움이 되고 팀을 빛낼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자농구에서 모전여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적 슈터로 불린 김화순의 딸 신재영이 2015년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지명된 바 있다.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Ⅰ 무대(루이지애나 대학교 소속)를 밟은 선수. 하지만 3시즌만 뛰고 은퇴했다.
남자 중에서는 아버지에 이어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농구에는 허재와 두 아들 허웅(부산 KCC 이지스)과 허훈(수원 KT 소닉붐)이 있다. 허재는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며 실업농구와 프로에서 맹활약했다. 농구대잔치 7회 우승, MVP 3회에 올랐다. 허웅과 허훈도 프로에서 에이스 활약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에 이어 아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범은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으로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일본프로야구 진출 후에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정후는 2017년 키움 입단 후 신인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이어갔으나 올 시즌에는 7월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1970~1980년대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이름을 날린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차두리 코치도 스포츠계 대표적 ‘부전자전’이다. 차두리 코치는 독일과 스코틀랜드, 한국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뛰었고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하는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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